‘K팝 스타’이어 ‘홍콩의 거리’까지
광주만의 특색 안보여 ‘매력 어필’ 한계
광주 충장로 상인들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공영주차장 조성 운동에 나서면서 구도심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차장이 접근을 편하게 하는 현실적 해법이라면, 특화거리 조성은 그곳을 ‘찾고 싶게’ 만드는 또 다른 접근법이다.
그러나 ‘케이팝(K-POP) 스타의 거리’ 등 지금까지의 특화거리 실험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홍콩의 거리’라는 새로운 거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특화거리’가 충장로 침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2018년부터 5년간 37억 원을 들여 만들어진 ‘케이팝 스타의 거리’는 광주가 야심차게 내놓은 글로벌 관광 콘텐츠였다. 광주 출신 스타인 BTS 제이홉을 비롯해 30여 명의 가수 핸드프린팅과 벽화, 조형물, 체험 프로그램을 앞세워 국내외 팬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 거리의 조형물과 벽화는 낡아 눈길을 끌지 못했고, 전광판에 나오는 K-POP 아이돌들의 무대 영상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일 뿐 특별한 콘텐츠라 보기 어려웠다. 시민들도 경유지로 지나고 있을 뿐 이곳의 콘텐츠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 찾는 모습은 보기 드물었다.
11일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1) 씨는 “그냥 지나가다 보면 늘 왜 이런 걸 만들어뒀을까 싶고 특별히 볼 게 없다”며 “K-POP 아이돌이 공연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굿즈를 판매하는 것도 아닌데 특화거리의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특화거리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냉랭한 반응이었다.
이모(34) 씨는 “일반적인 거리에 비해 여러 조형물도 있고 콘텐츠도 있으니 잠시 눈길이야 가겠지만 사진이나 한 두번 찍는 거지 찾을 이유가 딱히 없다”며 “정말 특색있게 잘 만들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라서 이것만으로 충장로를 찾을 이유가 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충장 상권을 살리기 위한 또 다른 사업으로 ‘홍콩의 거리’가 최근 이목을 끌고 있다. 폐점포 밀집 구간을 활용해 지역 내 젊은 청년 유동 인구를 유입시키려는 또 다른 특화거리 실험이라 할 수 있다.
광주 동구는 ‘충장 상권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충장로안길 5 일대 70m 구간에 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홍콩의 거리’를 조성 중이다. 지난 6일 샤부샤부 전문점 한 곳이 문을 열었으며 홍콩식 딤섬 등 총 4개(건물 2동) 점포가 조성될 예정이다.
실제 홍콩 현지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처럼 네온사인과 홍콩풍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아직 한 곳의 가게만이 문을 열고 다른 가게들은 내부 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주변의 풍경에서 확 달라지는 분위기에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지만 “홍콩 분위기 흉내만으로는 새로운 명소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모(23) 씨는 “간판들이 화려하고 한자가 적혀 있어서 이게 뭘까 궁금해 보게 됐다”며 “진짜 분위기 좋은 가게들이 들어오면 올 것 같기도 하지만 충장로에 갑자기 왜 이런 거리가 있지 하는 의아함도 들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