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선점, ‘컴퓨팅센터’로 화룡점정
‘AX 실증밸리’ 국무회의 예타 면제 통과 본격화
AI수도 광주, 진짜배기 ‘AI 도시’ 자리매김 ‘기로’
광주가 국가 AI 시범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AI 집적단지 조성, 국가 AI데이터센터 가동에 이어 AX 실증밸리 조성이 예타 면제를 통과하면서 `AI 수도’라는 이름이 구호를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전력과 물 자원 수요, 환경과 주민 수용성 문제, 전국 지자체와의 컴퓨팅센터 유치 경쟁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AI 패권을 쥐는 것이 곧 지역의 미래와 직결되는 만큼, 광주가 지속가능한 AI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반 인프라 확충과 환경·사회적 갈등 해소가 관건이 되고 있다. 본보는 광주가 해결해야할 과제를 짚어보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광주시가 대한민국의 AI(인공지능) 산업 생태계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 ‘AI 모빌리티 국가시범도시’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2019년 AI 집적단지 조성 이후 국가급 대규모 사업으로 꼽히는 AI 2단계 사업에 해당하는 AX 실증밸리 조성사업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통과하면서 다시 한번 AI 도시 입지를 다진 것이다.
‘AI 수도 광주’라는 브랜드가 구호를 넘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국가AI데이터센터에 이어 실증밸리까지 추진되면서 지역 산업 지형을 바꿀 동력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게 광주가 명실상부 대한민국 AI 산업의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제도 만만찮다. AI 패권을 쥐는 것이 곧 지역의 명운이 걸려있는 만큼 핵심 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전국의 지자체들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연산 시설인 국가 AI컴퓨팅센터와 같은 인프라 확보가 광주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2019집적단지 이후 두 번째 국가급 프로젝트
광주의 AI 전략은 이미 2019년 집적단지 조성에서부터 시작됐다. 전국 유일의 국가 AI 데이터센터가 광주 첨단지구에 들어서면서 AI 학습과 연구개발을 위한 국가적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센터는 연면적 3227㎡ 규모로, 전산실·종합운영실·보안실·공조설비를 갖추고 25명의 전문 인력이 24시간 상주하며 운영을 관리한다. 이곳은 단순히 데이터 저장 기능을 넘어 AI 연구자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국가급 컴퓨팅 자원을 제공한다.
이 센터의 운영은 곧바로 광주 AI 집적단지 활성화로 이어졌다. 국내외 AI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집적 효과를 내고,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연구개발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I 반도체, 자율주행, 의료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주를 시험무대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AI·반도체 분야 협력 기업은 총 320개사로 늘어났다.
게다가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AX 실증밸리 사업은 내년부터 60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 AI 중심도시로의 도약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광주시는 실증밸리를 통해 자율주행 교통체계, 스마트 신호시스템, AI 기반 의료·헬스케어,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사례가 도심 곳곳에 구현될 경우, 광주는 단순한 산업 거점이 아닌 ‘AI가 일상화된 도시’라는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광주가 모빌리티 산업 기반을 보유한 점은 큰 강점이다. 자동차·부품 산업이 집적된 광주에 자율주행과 AI 교통체계가 결합하면 국가시범도시로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광주시가 사활을 거는 것은 최대 2조 5000억 원 규모의 민·관 합동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구축되는 국가AI 컴퓨팅센터 유치다. 컴퓨팅센터는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집적해 초거대 언어모델(LLM) 학습이나 첨단 모빌리티 연구, 로봇 개발 등에 필수적인 시설이다. AI 기술 경쟁이 초거대 연산 자원 확보로 직결되는 만큼, 전국 지자체가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민간사업자의 제안 방식을 통해 운영 주체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두 차례 공모가 유찰되면서 초기 투자 대비 수익성이 없다는 의견을 반영, 공모요건을 대폭 수정해 새롭게 공모에 착수한 상태다. 오는 10월 21일까지 사업 신청을 받는다. 광주시는 3차 공모는 요건도 완화된 만큼 선제적 준비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데이터센터와 집적단지, 추진이 예정된 AX 실증밸리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지자체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균형 발전 측면, 산업단지 보유 등 각자의 전략으로 AI의 가장 핵심기반시설이 될 컴퓨팅센터 유치를 도전하고 있어 광주로의 유치 여부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태다. 이번 컴퓨팅센터가 광주에 유치를 실패할 경우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I 일상화된 도시를 꿈꾸며
김준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국가 AI컴퓨팅센터를 국가가 공익 목적으로 짓는다고 할 때 가장 빨리 테스트를 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은 국내에 광주밖에 없다. 국가AI데이터센터는 짓는데만 2년이 넘게 걸리는데 이 인프라 하나로도 많은 걸 할 수 있다”며 “컴퓨팅센터는 2조 5000억 원에 규모에 달하는 인프라를 갖고 뭘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광주시의 역할이다. 타지역에선 AX실증밸리로 6000억 원을 지원받지 않냐고 엄청난 공격을 할 것으로 보여서 무조건 싸워서 (광주가)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타지역에서는 왜 광주만 지원해주냐고 할 것인데, 그 논리를 뚫고 가야한다”며 “균형 발전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는 것으로 AI 3대 강국으로 빨리 갈 수 있는 광주라는 길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수훈 광주시의원도 “인공지능 광주를 꿈꾸고 실현해야 하는 이유는 광주가 신산업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며 “컴퓨팅센터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고, 철저한 준비 없이는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공지능중심도시 광주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혁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컴퓨팅센터 유치 등 타지역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5특 3극에 지역특화 사업이 있는데 광주는 AI이다”며 “각 권역별의 지역특화사업이 있는 만큼 다른 지역에서 균형발전 측면으로 접근과 다르다. AI를 접목하지 않으면 모든 산업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고, 그런 패권을 쥐지 않으면 위기이기 때문에 인프라를 갖춘 광주에서 AI를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