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안돼, 비대위 금지…권리제약 과도”
사업성 불확실·시공사 부도까지…계약금 133억 위태

SNS로 단체를 구성할 경우 탈퇴, 제명한다는 내용의 전남 담양 담빛시티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사업 가입 계약서 일부. 사진=제보자 제공.
SNS로 단체를 구성할 경우 탈퇴, 제명한다는 내용의 전남 담양 담빛시티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사업 가입 계약서 일부. 사진=제보자 제공.

 ‘전남 담양 담빛시티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사업 계약자들이 계약서가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문제 제기에 나섰다.

 본보에 이같은 사실을 제보한 복수의 계약자들은 “시공 예정사가 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토지 매입이 안 돼 사업 무산이 우려되는데, 계약서에 ‘환불 시기를 연기할 수 있고, 자금 관리하는 신탁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을 명시, 사업 위험성을 계약자에게 전가해 권리 침해가 우려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같은 우려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약자가 자금을 낼 의무가 있고, 상호 동의 하에 특약을 넣어도, 사업 추진 주체인 시행사가 책임을 면피하려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은 “창립준비위에 이사로 등재됐지만, 계약자 모집부터 사업 전반에 대한 실무를 맡지 않아 답변이 어렵다”며 “대행사 쪽에 문의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대행사 측은 전화·문자 등 본보의 수차례 취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28일 본보의 제보 취재에 따르면, 담빛시티 도시개발 민간임대 창립준비위는 지난해 3월부터 담양군 담양읍 백동리 9-1번지에 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창립준비위는 총 281세대,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의 아파트를 지어 10년 임대 후 우선 분양권을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본보가 현재까지 확인한 계약자는 약 197세대로, 세대당 평균 6700만 원을 납입해 총 133억 원을 냈다.

 본보가 만난 복수의 계약자들은 “계약서 날인 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고 말했다. 계약서를 쓴 지 보름 밖에 안 지났는데, 중도금을 내라는 문자를 받았고, 계약서 원본도 한 달이 지나서야 등기로 받았다는 것. 특히 계약자들은 “계약서 곳곳에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독소조항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계약자 김명훈(가명) 씨는 “탈퇴하더라도 환불은 추가 회원을 구해야만 할 수 있고, 환불도 ‘단체 유지, 운영에 심각한 영향’이란 모호한 이유를 들고 있어 사실상 계약자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본보가 확보한 계약서에는 △시공사 변경과 금융시장 변동으로 사업이 지연돼 발생한 금전 손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 △단체 유지·운영에 심각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사회가 환불 시기와 공제액을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 등이 들어가 있었다.

 특히 자금을 관리하는 신탁사는 환불 요청과 사업비 조달 요구에 대해서는 ‘모든 책임에서 면책된다’는 조항(8조)은 대표적 불공정 사례로 꼽힌다.

 이외에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거나 메신저·카페를 구성해 단체 업무를 방해하면 탈퇴나 제명한다’는 조항도 계약자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문제는 시공 예정사로 거론되는 ㅇ토건이 경영난으로 법정 관리에 놓여, 사업 진행이 불확실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

 법정관리 상태인 ㅇ토건 브랜드를 유지할 확률이 낮아진 데다가, 사업 추진에 핵심적인 토지도 확보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계약자들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시행사는 토지 소유주의 이용 동의를 받은 토지사용권원만 91.3% 확보했다. 사업 부지 토지도 10% 미만으로, 신탁사 명의로 매입됐다.

 지난 2024년 12월, 담양군청에서 건축 인허가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지만, 현재 조합 설립 인가도 되지 않아 사업이 답보된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실이 주택 사업 불확실성을 방증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경태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계약서 날인은 당사자 간 상호 합의한다는 전제 하에 준수해야 할 내용을 특약으로 넣을 수 있다”면서도 “SNS 제약을 강조한 것은 과도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마련돼야 이같은 폐단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자를 보호하고,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지역주택사업이든 협동조합 주택 사업이든 토지 매입 자체가 결코 쉽지 않다”라며 “국토교통부가 대안 마련을 하고 있지만, 사업이 실패해도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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