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광역시 중 소각장없는 ‘유일’ 광주
주민 반발 과정에 드러난 위장전입 의혹 사실로
건립 작업 ‘올스톱’…직매립 금지까지 불과 4년

 광주는 지금 ‘지속 불가능’의 경고장을 받아 들고 있다. 가연성폐기물연료화시설(SRF시설)은 악취와 갈등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수십 년간 광주의 생활폐기물을 받아온 매립장은 한계에 다다랐다. 소각장 신설 논의는 주민들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본보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벼랑 끝에 선 광주의 생활폐기물 처리 체계를 짚어보고, 현장의 고충과 제도적 난맥을 추적하며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다. 더 이상 태우고, 묻고,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도시의 쓰레기. 지속 가능한 공존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편집자주)

광주 자원회수시설 최적 입지로 선정된 광주 광산구 삼거동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 자원회수시설 최적 입지로 선정된 광주 광산구 삼거동 전경. 광주시 제공.

 2030년부터는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그러나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소각시설이 없는 광주는 여전히 자원회수시설 건립에 성공하지 못한 채 발목이 잡혀 있다. 주민 반대와 위장전입 의혹이 맞물리며 추진 절차가 멈춰서면서, 직매립 금지까지 불과 4년 남짓 남은 시한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광주에서 소각장이 사라진 것은 지난 2016년이었다. 2001년 가동을 시작한 상무소각장은 내구연한(15년)에 도달하며 대보수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당시 국가 폐기물 정책이 ‘매립·소각’에서 ‘자원화·에너지화’로 전환되는 시기였다. 광주시는 SRF 시설(가연성폐기물연료화시설) 건립에 맞춰 상무소각장을 폐쇄했다.

 하지만 매립지 부족과 매립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 온실가스 발생 등의 문제로 2021년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수도권은 2026년부터, 비수도권은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게 됐다. 이에 직매립 금지에 맞춰 소각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생활폐기물을 계속 배출하는 수도권 지자체들에 대해서는 법적 처분이 뒤따르게 된다.

 상무소각장을 폐쇄한 후 소각시설이 없었던 광주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무소각장을 대체해 들어선 SRF 시설이 있긴 했지만 2031년 위탁 만료를 앞두고 있었고, 내구연한이 다가오며 보수·운영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또한 연료 수급 불안정과 잔재물 중 가연분의 추가 소각 문제도 발생할 수 있었다.

 이에 광주시는 다시 소각장을 필요로 하게 됐다. 하지만 단순히 생활폐기물을 소각 처리하는 시설이 아닌 ‘자원회수시설’ 설치 계획을 밝혔다. 자원회수시설은 쓰레기를 태워 감량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소각장과 동일하나 소각시 발생하는 열로 인근지역의 냉·난방을 공급하거나 전기를 생산하는 등 폐기물을 자원화한다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광주대표도서관 건립 사업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옛 상무소각장 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상무소각장은 2016년 문을 닫았다.
지난 2016년 문을 닫은 옛 상무소각장. 드림투데이 자료사진,

 광주시는 총사업비 3240억 원을 들여 하루 650톤 규모를 처리할 자원회수시설 건립을 목표로 지난 2022년부터 공모 절차를 이어왔다. 그러나 두 차례 공모는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해부터 공모 방식이 ‘자치구가 먼저 후보지를 정하면 광주시가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우여곡절 끝에 광산구 삼거동이 최종 후보지로 올랐다.

 삼거동에 자원회수시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각열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단지가 인접해 있고, 국토환경성평가등급상 자연환경 훼손이 최소화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한 다른 후보지가 모두 개발제한구역이었던 반면 삼거동은 관리지역으로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약 1~2년 정도 단축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삼거동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주민들은 후보지 신청서가 제출됐을 때부터 대책위를 결성해 시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고 주민설명회 또한 번번히 무산됐다. 위장전입 의혹까지 불거졌다. 삼도동은 주민 88세대 중 48세대(54.5%)가 사업에 동의하면서 최소 자격 요건(50%)을 갖추게 됐지만 대책위는 주민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적인 위장 전입이 이뤄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며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후보지 부지 인근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도 위장전입을 통해 자원회수시설 유치 동의율 산정에 참여한 것이다. 광산경찰서는 광주시립제1정신요양병원 등 소각장 예정 부지 인근에 허위로 주민등록 주소지를 이전한 혐의(주민등록법 위반)로 1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에 광주시는 곧바로 입지선정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검찰의 기소가 결정되면 후보지에서 최종 박탈돼 다시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이번 위장전입 사태로 사실상 절차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2027년 착공, 2029년 완공 목표는 불투명해졌다.

 자원회수시설 입지 선정의 난항은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시설 입지와 착공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부터 직매립 금지가 시작되는 수도권 시·군의 48%인 15개 지역은 부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광주시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내놨다. 최종 입지 자치구에는 총사업비 3240억 원 중 약 600억 원을 들여 문화·체육·여가 시설을 설치하고, 특별지원금 500억 원과 연간 20억 원의 주민지원기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편익시설로는 환경 부담을 상쇄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30년 직매립 금지 시한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광주는 여전히 소각장이 없는 도시다. SRF 시설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자원회수시설 건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광주시는 검찰의 기소 여부를 지켜보며 재공모, 지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주민 수용성을 얻지 못한 시설 건립은 끝내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가동이 불가능할 경우 환경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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