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과 ‘편의성’ 사이 주저
가맹점 제약·선불카드 등 ‘심리적 장벽’
추석을 앞두고 광주 전역에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소비쿠폰 등 ‘페이백’ 혜택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소비 현장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좋은 제도인 건 알지만 굳이 쓰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광주 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32) 씨는 지역화폐 발행 소식을 접했지만 실제로는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는 “혜택이 있다는 건 대충 알지만 솔직히 발급받고 충전하고 또 가맹점을 찾아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진다. 신용카드를 쓰면서 크게 불편한 점을 못 느껴서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회사 동료의 권유로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시작했다. 직장이 위치한 서구 전역이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되면서 사용이 한층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서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어디서나 쓸 수 있고 혜택도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다. 홍보만 잘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20대 대학생 신모 씨는 선불카드 형태가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큰돈이 나가는 경우가 드물다. 결혼처럼 수백만 원 단위로 지출할 때는 지역화폐를 쓰면 혜택이 크겠지만, 평소에는 식비나 교통비처럼 작은 단위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만 원, 30만 원을 미리 충전해 두는 방식인 것 같은데, 당장 생활비 지출도 빠듯한 마당에 오히려 돈을 묶어두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어느 곳에서든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광주상생카드 출시 1년 후 광주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광주시 인구의 6.7% 이상인 9만 7000여 명이 가입해 총 26만 5148장 1404억 원의 광주상생카드가 발행됐지만, 주 이용층은 경제활동이 많은 40대(33%), 50대(21%), 30대(17%)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곧 20대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음을 보여준다.
정모(25) 씨는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을 주변에서 사용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좋은 제도지만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결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에 편의성이 없다면 혜택이 엄청나지 않은 이상 크게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혜택’과 ‘편의성’ 사이에서 선택을 내리고 있다. 높은 할인율도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 중요한 요인이지만, 일상적인 소비 패턴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로 떠오른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