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산단에 1호점…근로자 건강·생활 안정 효과
첨단산단 2호점·농협 협력…지역 농가와 상생 모델
정부 국정과제 채택, 전국 확산 본격화
광주·전남은 산업, 복지, 환경, 교통 등 현안들이 산적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각종 정책들은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며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본보는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탄생 배경부터 현 상황과 과제를 점검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산업단지 근로자 조식 지원사업’, 일명 ‘반값 아침’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민선 8기 핵심 과제로 출발한 이 정책은 근로자의 건강권을 지키고 생활 부담을 낮추며, 나아가 노동복지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되며 전국 확산의 길을 열었다.
2023년 3월,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하남산업단지 근로자종합복지관 1층에 ‘간편한 아침 한끼’ 센터를 열었다. 이른 출근길에 끼니를 거르는 근로자들이 많다는 현실에서 출발한 발상이다. 광주시는 조식 구매비용의 절반을 보조해 근로자가 샌드위치·샐러드 등을 3000원 수준에 살 수 있도록 했다.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고금리·고물가 시대의 경제 부담 완화, 노동복지 증진을 위해 시행됐다. 당시 강기정 광주시장은 개소식에서 “간편하지만 든든한 한 끼가 근로자의 건강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른바 ‘소확행’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근로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혼자 살아 끼니를 자주 거른다”는 근로자는 반값에 식사를 챙길 수 있는 제도에 크게 만족했고, 사업주들 역시 “근로자의 체력 유지와 작업 능률에 도움이 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시범운영은 성공적이었다. 하루 100여 개의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모두 팔리며 조기 소진되는 날이 많았다. 2023년 한 해 동안 하남산단점은 총 1만 9000여 개의 식사를 제공, 하루 평균 102명의 근로자들이 이용했다.
이 성과를 토대로 2024년 4월에는 첨단산단 광주테크노파크 별관에 2호점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김밥·컵밥 등 메뉴를 다양화했고, 현장에서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해 호응을 얻었다. 광산지역자활센터가 운영을 맡아 매일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100인분을 판매했으며, 역시 준비한 물량이 일찌감치 소진될 정도였다.
사업의 파급효과는 노동복지를 넘어 지역경제와 농업으로도 확장됐다. 지난해 8월 광주시는 농협 광주본부와 협약을 맺고 광주산 쌀 20kg 100포대를 기부받아 조식지원사업에 활용했다. 이는 근로자에게는 더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고, 동시에 쌀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를 돕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성과는 전국적 확산이다. 안양시, 창원시 등 타 지자체가 벤치마킹에 나섰고, 마침내 지난 8월 이재명 정부가 이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인구감소 지역 중소기업 근로자 5만 4000명에게 월 4만 원 상당의 식비를 지원하는 ‘직장인 든든한 한 끼’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광주에서 시작한 실험이 국가 정책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반값 아침’은 단순한 식사 지원을 넘어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냈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까지 버티기 힘들다”는 근로자의 목소리가 보여주듯, 규칙적 식사는 곧 근무 효율로 이어졌다. 사업주들 역시 생산성 향상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특히 2000~3000원 원대의 조식은 근로자 개인의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고물가 시대의 실질 소득 보전 효과를 낳았다. 또한 사회적 상생효과도 이끌어냈다. 광주시는 농협과 협력해 지역 쌀을 활용했고, 이는 농가의 소득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 근로자·지자체·지역경제가 함께 이익을 나누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다만 정책의 한계도 뚜렷하다. 현재 ‘반값 아침’은 하남·첨단 등 일부 산단에서만 시행되고 있어 광주 모든 근로자가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광주의 산업단지는 면적이 넓고 사업장이 흩어져 있어, 차량이 없는 근로자는 반값 아침을 판매하는 장소까지 접근이 어렵다. 특히 사업비가 저조할수록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인원도 줄어드는 구조여서 실제 수혜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배달 판매 확대, 판매소 확대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강기정 시장은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건강권 확보와 복지 증진을 위해 조식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며 “이는 농업 육성과 더불어 노동복지를 실현하는 혁신적 선도 사례이다. 앞으로도 근로자 중심의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