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의 위기가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인구는 줄고, 도시로 향한 청년의 빈자리를 어르신들이 힘겹게 지켜가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지방 소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지역은 이 거대한 파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여러 대안이 논의돼왔지만, 지금 가장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은 ‘농어촌 기본소득’이다. 농어민과 농어촌 주민이 최소한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때, 지역 경제와 공동체는 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어 국가균형발전의 기초로 작용할 새로운 사회계약인 이유도 여기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전국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공모가 진행되고 있으며, 선정 지자체 주민들에게는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2년 간 지급한다. 시범사업 지자체는 기본소득으로 지역경제 순환, 주민 삶의 질 향상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전남 영암군이 이 시범사업의 맞춤형 지자체인 이유를 다섯 가지만 들겠다.
첫째, 영암군은 농어촌 기본소득의 법적·재정적 근거와 운영 로드맵까지 갖추고 있다. ‘농촌기본수당 도입방안 연구용역’을 거쳐 관련 조례 제정도 마친 상태여서 다른 지자체가 이제 걸음마를 준비할 단계라면, 영암군은 이미 뛸 준비가 끝났다.
둘째, 영암군은 농어촌 기본소득을 증폭할 탄탄한 지역화폐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영암형 지역화폐 ‘월출페이’는 이미 영암군민 생활과 소상공인의 영업에 자리를 잡았다. 대규모 캐시백, 구매한도 상향, 관광객 확장 운영 등 활용 방법도 정착돼 기본소득이 지역사회 안에서 더 높은 승수효과를 낼 단단한 토대로 작용할 것이다. 영암군에서는 기본소득의 안정적 집행은 물론이고, 성과 도출 폭도 더 키울 수 있다.
셋째, 영암군은 농어촌 기본소득의 구체적 재정 확보 방안을 세웠고, 영암군민 공감대도 높다. 기본소득 지급에 따른 지방비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세출 구조조정과 추가 세입 발굴 등 재정 조달 방안은 이미 검토를 마쳤다. 영암군민 설명회와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등으로 시범사업의 지속성과 확장성도 어느 지자체보다 높였다고 자부한다.
넷째, 영암군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은 정부 정책과 정합성도 높인다. 영암군은 교육·복지·돌봄·지역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영암형 기본사회 모델’의 모습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기본소득이 더해진다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사회’ 정책에 가장 가까운 성공사례를 현실에서 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영암군의 농어촌 기본소득은 전국 확산 가능성이 크다. 영암군은 월출산국립공원 등 청정 관광자원, 대불산단과 연계된 산업기반, 풍부한 농특산물까지 고루 갖췄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농업·관광·산업으로 파급효과를 미치며 더 증폭될 최적지가 바로 영암군이다. 영암군의 성공사례는 지역소멸의 대안을 찾는 전국 지자체에 보편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준비된 계획, 강력한 실행력, 영암군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영암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겠다. 농어촌의 위기를 극복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며,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는 모범이 필요하다면 정부는 영암군의 근거 있는 자신감에 주목해야 한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취지에 다섯 개 부분을 넘어서는 성과로 영암군이 화답하겠다. 준비된 영암군이 국민이 체감하는 기본사회를 먼저 실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합리적 결단 촉구한다.
우승희 영암군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