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압도하지 못했다.’(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행사장),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했다.’(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행사장)
기자가 추석 연휴 목포 문화예술회관을 찾아 굵직한 2개의 국제행사를 둘러보고 느낀 점이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국제수묵비엔날레와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등의 모든 프로그램을 본 것이 아니란 점을 미리 밝힌다. 또 시선을 끈 점보다는 아쉬운 점을 전제로 한다.
두 국제 행사장에 명절 관람객의 발길은 북적였고, 특히 박람회장에는 색다른 음식에 대한 기대를 안고 이곳저곳 눈길을 주는 방문객들의 연속이었다.
먼저 수묵비엔날레부터 보자. 목포 문예회관 내부 첫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뭔가 압도하는 분위기를 예상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깊은 감명을 받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기자만 그럴까.
“전시된 작품이 수묵 장르인지 잘 모르겠네요. 수묵에도 여러 변주가 가능하다고 하나 이것이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전시장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관람객)
50대 여성 관람객은 “지난 1, 2회 대회는 첫눈에 확 관심을 끌었다”며 “그런데 3회에 이어 이번 4회 때도 무언가 흐려지는 느낌이다. 강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해남과 진도 등에서도 수묵 작품이 선보고 있어 이 같은 평가를 일반화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관람객의 평이 실망감 쪽이라면 작품 전시의 배열, 기획 등을 전향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 대회 초기 수묵비엔날레는 영상미디어를 활용, 아름답고 수려한 수묵의 정감을 잘 전달했지만 갈수록 그런 기법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이곳 수묵 전시관들을 둘러보고 문예회관을 빠져나오면 바로 야외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장이 펼쳐진다.
동선이 만족스러웠다. 박람회 입장권도 수묵비엔날레 티켓을 내보이면 절반으로 할인해줘 만족감을 높인다.
박람회장 야외 미식로드와 인근 주제관, 홍보관, 산업관 등을 살펴본 후 살짝 옆으로 이동하면 미식이벤트존, 미식레스토랑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미식로드와 함께 국내외 스타셰프가 내놓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널찍하고 긴 테이블들이 배열돼 있고 공연 무대가 마련돼 있다.
어찌 보면 이곳이 박람회 핵심공간이랄 수 있다. 미식의 향연이므로 의당 맛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레스토랑 측면은 바다가 펼쳐져 있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미식을 즐기며 바닷가의 뷰를 함께하는 것은 황홀한 일이다.
그런데 어쩌랴. 미식이벤트존과 미식레스토랑은 이런 바닷가의 뷰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코너 한쪽에 바다를 배경 삼아 이동식 화장실이 떠억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넌센스였다.
사실 말이 레스토랑이지 각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공간감을 전혀 주지 못했고 많은 사람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테이블보는 비닐이어서 바닷바람에 휘날려 한 손으로 잡고 음식을 맛봐야 했다.
더욱이 음식, 특히 스타셰프가 만든 미식은 가격이 꽤 높다. 고급 음식이므로 비쌀 수 있겠거니 하지만, 문제는 이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레스토랑 앞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 주인공의 마이크 소리가 소음처럼 들리는 것이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과 대화조차 불가능할 정도여서 ‘이건 뭐지’ 하는 탄식이 나오더라.
차라리 어느 장터 축제에서 잔치국수 먹는 자리라면 이해하겠는데, 명색이 국제미식 행사장에서 허겁지겁 먹는 분위기는 ‘아님’이었다. 주최 측에서 손님 대우를 잘 해줘야 하지 않나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식을 담아낸 그릇은 낡은 플라스틱 제품이어서 왁자지껄 잔칫집에서 나오는 식기들로 여겨졌다.
막대한 예산(150억 원)이 투입되면서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박람회로 격이 높아진 행사인데 그에 따른 제반 준비도 업그레이드돼야 하지 않겠는가.
국제대회 개최로 다수의 관람객을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만족감을 고양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후세에 큰 유산이 되는 K-푸드의 원류 남도미식인데 말이다.
수묵 작품을 감상하고 미식을 즐기는 국제행사 연계 컨셉은 최고이지만, 바다를 옆에 끼고 로맨틱함을 연출할 수 있는 환경은 최상이지만 운용의 묘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제한적 행사 프로그램에 대한 일시적 인상평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실망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두 행사 모두 폐막까지 상당한 시일이 남아 지적사항을 밝히는 게 ‘누’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많은 분이 찾아오는 것에 주안점을 둔 게 아니라면 행사 본연의 취지에 맞게 진행하는 노력도 꽤 필요하리라고 본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