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장학금 ‘한승헌 도서관’ 리모델링에 사용
전북대학교(총장 양오봉)에 故 한승헌 변호사의 유가족이 발전기금 1억 원을 기부했다.
이번 기부는 법학전문대학원생 장학금과 ‘한승헌 도서관’ 리모델링에 사용되어, 정의와 양심의 정신을 이어갈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날 예정이다.
29일 전북대학교 본부 4층 총장실에서 열린 발전기금 기증식에는 양오봉 총장을 비롯한 대학 주요 보직자와 고인의 유가족, 교직원 등이 참석했다.
행사장은 고요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기리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기증서와 감사패를 함께 전달하며 “그분의 뜻이 대학의 미래 속에 살아 있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기부로 전북대는 오는 11월 11일, ‘한승헌 도서관’을 리모델링해 새롭게 개관한다. 한승헌 도서관은 고인이 남긴 자료와 유품, 시대의 기록을 모은 공간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의 가치를 배우는 열린 학습의 장으로 자리해왔다.
유가족은 “한승헌 도서관이 미래 세대에게 정의로운 지성과 따뜻한 양심을 키우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학 측은 도서관 내 전시 공간을 확충하고, 후학과 시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양오봉 총장은 “한승헌 도서관은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품은 공간”이라며 “이번 기부를 계기로 고 한승헌 변호사께서 남기신 정신을 다시 새기고, 전북대 구성원이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지성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1933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한승헌 변호사는 전주고와 전북대학교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됐다. 이후 변호사로 전향해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며 ‘인권 변호사 1세대’로 불렸다.
그는 유신 체제 아래에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고 양심수와 지식인들을 변호하며 표현의 자유와 법의 정의를 지키는 데 앞장섰다.
평생을 ‘서민과 약자의 변호사’로 살았던 그는 감사원장,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을 역임하며 사회정의 구현에 헌신했다.
그의 삶은 법조계를 넘어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로 평가받는다. 그가 남긴 신념과 철학은 오늘날 법학도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북대학교는 이번 기부를 계기로 한승헌 변호사의 정신을 대학 문화 속에 체계적으로 계승할 계획이다. 도서관 내에는 한 변호사의 생애와 업적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관과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학습 공간이 함께 조성된다.
특히 대학은 ‘한승헌 정신’을 테마로 한 인권·민주주의 토론 프로그램, 법조 윤리 세미나, 청년 리더십 강좌 등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후학들이 정의와 책임, 공익의 가치를 학문 속에서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전북대는 지난 9월 30일 한승헌 변호사 3주기를 맞아 ‘산민포럼’을 발족하고, “내 마음 속의 한승헌”을 주제로 고인의 삶을 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 장영달 전 국회의원 등 40여 명이 참여한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그분의 삶은 지금도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이번 기부는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한 변호사의 신념과 철학은 단순한 개인의 기억을 넘어, 지역사회와 학문이 함께 지켜야 할 시대의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한승헌 변호사 이름은 이제 한 도서관의 표지판을 넘어, 전북대가 지향하는 ‘정의로운 지성’의 상징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윤재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