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상권 이탈에 구도심 쇠락 가속
메인 거리도 ‘텅’ 임대 현수막만 덕지덕지
문화공간도 “쉽지 않아”…활성화 방안 있나

광주 구시청 일대 상가가 텅 비어있다.

 광주 동구 서남동, 일명 ‘구시청’ 일대 거리는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광주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관공서 이전과 인구 이동, 상권 분산 등으로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8일 낮 찾은 구시청 일대는 그야말로 썰렁했다. 술집이 주된 거리이기에 낮엔 당연히 장사하는 가게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텅 빈 점포와 한 집 건너 줄줄이 붙은 임대 현수막이 밤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구시청의 모습을 알 수 있게 했다.

 입구 쪽은 여러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다는 것은 거리 활성화의 징조로 읽히지만, 공사판과 빈 점포가 혼재한 거리 풍경은 마치 재개발 지구를 연상케 했다.

 광주폴리 작품이 설치된 사거리는 메인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건물이 텅 비어있는 모습이었다. 건물 하나를 통째 임대로 내놓은 곳도 있었다. 인근에는 무인 점포, 무인 인형뽑기샵 등이 차지하며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고뇌했을 점주들의 노력이 눈에 띄었다.

구시청 중심 사거리에 설치된 광주폴리 작품. 일대 상가들이 텅 비어있다.

 구시청 일대 상권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와 상무·수완·첨단·동명동 등 새로운 상권의 부상으로 주 고객층인 2030세대의 발길을 빼앗기면서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쇠락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이 문을 열기도 했지만, 이 역시 극복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다. ‘아트스페이스 흥학관’은 일제강점기 광주 청년들이 문화예술과 교육으로 독립의 꿈을 키웠던 장소이자, 광주학생독립운동 전략본부였던 흥학관을 계승해 청년들의 공연과 연극, 전시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지만 실제 활발한 공연과 방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아트스페이스 흥학관 박수용 관장은 “이곳을 거점으로 구도심을 홍대 같은 청년 문화 거리를 만들고 싶었지만, 상권 자체를 찾는 청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공연 지원도 없는 수준이라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밝혔다.

광주 동구 서남동 구시청 일대가 활성화를 위해 ‘아시아음식문화거리’로 지정됐다.

 이러한 상황에 상인과 주민들은 단발성 문화 사업보다는 근본적인 상권 회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시아음식문화거리’, ‘나이트 페스티벌’ 등 다양한 활성화 사업이 진행돼 왔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 상인은 “예전엔 밤이 되면 일대가 떠들썩했는데 요즘은 정말 거리에 사람이 없다”며 “충장로에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는 것 같은데 여기도 상권을 회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방안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시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충장로 일대도 마찬가지로 쇠퇴를 겪고 있는 구도심이지만 100억 원대 사업인 ‘충장상권 르네상스’, 광주 대표축제인 ‘충장축제’ 등의 사업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 다른 상인 이모(58) 씨는 “다들 버티고는 있지만 하루하루가 쉽지 않다. 지금처럼은 누가 여길 찾겠느냐”며 “그래도 축제 같은 건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니 지자체에서 같이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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