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세협상 타결에 기업들 일제히 환영
기아·협력사 “수출 전선 확대 경기 회복 기대”
한·미 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관세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극적 합의하면서 광주 자동차 경기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전망이다.
당초 고율 관세(25%)가 유지되면서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과 동등한 15%로 적용받게 되면서다. 이는 25%를 적용 받은지 7달만이다.
전체 수출의 절반(약 55%)을 대미 수출하는 기아 오토랜드 광주와 차체 부품을 납품하는 수백여 개 협력사들도 함께 수출력을 안정적으로 견인할 수 있다는 안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차도 고율 관세 여파가 반영된 탓에 3분기에는 1조 8000억 원 영업이익이 급감했지만, 4분기엔 생산 최적화 전략을 강화해 반등의 기회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광주시와 광주상공회의소는 관세협상 결과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광주 자동차를 포함한 가전 업계의 수익성 개선과 빈틈없는 경쟁력 강화를 지속할 것”을 강조했다.
3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APEC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한·미 양국의 통상 MOU를 이행하는 법 제정과 국회 동의를 거쳐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가 대미투자기금 신설 등을 담은 법안을 11월 중으로 제출하면, 미국에 법안 제출 사실을 알린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그달의 첫날로 소급해 관세를 15%로 인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설명대로, 소급 적용이 되면 이르면 11월 1일부터 15%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지·셀토스·쏘울을 주력 차종으로 수출 물량 33만 2117대 중 약 18만 대(전체 수출의 약 55%)를 대미 수출해 온 기아오토랜드 광주는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닦을 전기를 마련했다”며 환영했다.
기아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현대차·기아는 어려운 협상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른 정부에 감사하다. 그간 25% 관세 여파에도 미국 현지 수출을 위해 그 전과 동일하게 판매가를 조정하지 않았다”며 “기아 광주공장은 미국으로의 생산과 수출 물량에 이상이 없는 만큼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려 품질 강화와 기술 혁신으로 내실을 더욱 다지겠다”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도 이번 협상을 계기로 경기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대미 생산 물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전문가인 정재환 관세사는 본보와 통화에서 “미국 현지 시장이 소멸되지 않으면, 일본, 유럽과 동등하게 15%로 적용받게 되는 만큼 경쟁력이 확보됐다”며 “현대차의 경우 그간 현지에서 판매가 할인을 해서까지 재고 물량부터 해결했는데, 정부가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경기 악순환을 끊어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차는 고율 관세 여파에도 프리미엄 라인인 제네시스 판매로 북미 시장에서 선방을 해왔다”며 “현대차는 미국 시장이 소멸되지 않은 이상 15% 관세과 부과돼더라도 생산 물량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아에 차체 부품을 납품해 온 1·2·3차 협력사(약 250개사)들도 경기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당초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에서 15%로 늘어나, 대기업이 관세 부담 경감을 위해 협력사에 납품단가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나온다.
이와 관련, 기아에 후드·도어·선루프를 납품하는 협력사인 A사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차체 부품을 직접 수출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관세 여파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 속에 협상 타결은 정말 다행”이라며 “기아의 대미 수출 판매가 늘어나게 되면 협력사들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기아가 납품단가 조정 요청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시기상조”이라며 “25% 고율 관세를 적용받은 시기에도 기아에선 그런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