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

10월의 마지막 날 ‘잊혀진 계절’ 유행가 가사를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지만 ‘빙글빙글’ 곡 가사를 되뇌었다. 국토 서남권이 동남권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하면서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기의 담판’을 벌였다. 소위 G2 무역전쟁인데 부산에서 휴전을 선언했고 AP 등 외신이 속보로 타전했다. 회담 직후 트럼프는 주먹을 흔들어 보이며 에어포스원에 몸을 실었다. 김해국제공항에서다.

20년 전 APEC 정상회의도 동남권 부산에서 열렸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 누리마루에서 회의를 주재했다. 이번에는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세계 GDP 60%를 차지하는 회원국 원수들의 모임을 이끌었다.

다른 말로 바꾸면 기자의 청장년기 시절 에어포스원이 국토 서남권에 착륙한 적은 없다는 얘기다. 지금의 청년들이 장년기에 접어들 때도 그럴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세계 정상회의를 한국이 유치하는 데 어려움도 있겠지만 설령 유치한다 해도 이를 개최할 국제공항 등 SOC, 특급호텔, 그리고 행사 운영 능력 등이 받쳐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어서다.

미리 포기했음인지, 습관적 체념 상태인지 이번 APEC 정상회의 전후로 국토 서남권에서 한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런 세계적 행사를 이곳에서도 열어보자는 궐기성 표출이 나올 법하나 여느 때처럼 잠잠하다. 지역민뿐 아니라 서남권 내부 정치 권력자, 오피니언 리더들도 침묵에 합세하고 있다. 그 흔한 SNS에서조차 서남권 굴기란 말은 금기어가 된 모양새다.

국토 균형발전을 하자고 외치면서도 정작 이를 확 끌어올릴 기회가, 장면들이 펼쳐질 때는 짐짓 의연하게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가 아닌지, 매우 답답한 마음이다.

물론 국가 단위로 보건대 APEC 정상회의 같은 대규모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도록 조용히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장려돼야 한다. 그런 차원 침묵이라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라면 분연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국토 동남권에서 두 차례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동안 서남권은 어떤 준비 상태였으며 최소 한 번이라도 판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는가 하는 거다.

타 지역에서 메가 이벤트가 열릴 때면 서남권은 집단적 최면상태에 빠져드는 게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가, 여기서, 되겠어?”하는, 심하게 말해 자기 비하가 작동하는 것이 아닌지 말이다.

공교롭게도 APEC 정상회의가 열릴 때마다 민주당(열린우리당) 정부 집권기다. 빠른 정치적 감각을 지닌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이번 정부의 대미 관세협상이 탁월했고 외교적 역량이 돋보였다고 치켜세운다.

아쉽게도 거기까지다. 서남권의 미래 발전을 위해, 후세를 위해 이 지역에서도 한번 개최해보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행사 진행 중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경험칙상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 하는 말이다.

그런데 참고사항이 있다. 최근 광주에서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가 실패하자 이례적으로 민주당 정부를 향해 목청을 높였다. 발끈하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다녀가고 후속책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민주당 텃밭 표사용 청구서’ 제출은 자주 이뤄져야 한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경제효과가 7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각국 대표단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인, 외국인들의 숙박과 관광 등을 따질 때이고 후속 ‘경주 마케팅’이 거세지면 막대한 유무형의 효과를 얻으리라.

서남권이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 APEC 회의를 능가하거나 버금가는 대회를, 세계 정상급 정치인과 글로벌 경제인을 불러모을 궁리를 해야 한다. 당장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셔틀외교’를 이어가겠다고 한 만큼 차기 한일정상회담 한국 개최지는 서남권으로 잡아보자. 여수와 목포 등에서 열자는 것이다. 또 2028년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를 여수 중심으로 개최하도록 밀어붙이자.

글로벌 AI테이터센터와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등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잇따라 일어나는 황금기다. 이번 APEC 관련 행사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깐부치킨’ 회동이 있었다면 앞으로 샘 올트먼 오픈AI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합세하는 ‘깐부김밥’, ‘깐부삼합’ 자리를 만들어보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드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