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더링, 짧지만 강렬한 매력”
“목표보다 참가자들과 함께 하는데 의미”

지난 1일 첫 자연 볼더링에 도전해 바위를 등반하고 있는 김옥전(53) 씨.
지난 1일 첫 자연 볼더링에 도전해 바위를 등반하고 있는 김옥전(53) 씨.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던 지난 1일, 무등산 선비바위 일대에서는 ‘무등산 볼더링 페스티벌’이 개막했다. 푸른 하늘 아래 두꺼운 매트를 깔고 크고 작은 바위 앞에 선 참가자들은 각자의 ‘문제’를 풀기 위해 손바닥에 하얀 초크를 묻혔다.

 자연 속 바위를 향해 맨손으로 몸을 던지는 이색 스포츠 현장 한켠에서, 한 참가자가 유난히 설레는 표정으로 바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인공은 김옥전(53) 씨. 실내 클라이밍 10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자연 바위를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드 클라이밍은 오래 해왔어요. 실내 암장에서 볼더링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진짜 바위를 손으로 잡고 오르는 건 처음이에요.”

 김 씨는 설렘과 긴장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는 이날 대회에서 ‘애오라지(V5)’를 포함해 세 개 코스를 완등했다. “첫 대회라 높은 목표보다는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걸 더 의미 있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전의 순간마다 그는 숨을 고르고, 발끝으로 바위를 더듬으며 신중하게 다음 홀드를 찾았다. 완등 후에는 동료들과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웃었다.

 볼더링은 로프나 장비 없이 비교적 낮은 바위를 오르는 클라이밍의 한 종류로, 영어 ‘boulder(큰 바위)’에서 유래했다. 짧지만 강렬한 구간을 오르며 신체적·정신적 성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스포츠다. 하나의 바위에도 등반 방식에 따라 여러 ‘문제’가 설정돼 있으며, 난이도에 따라 V0에서 V10 이상까지 다양하다.

 몸의 균형과 근력, 순간 판단력이 모두 요구되기 때문에 ‘몸으로 푸는 퍼즐’이라 불리기도 한다.

 김 씨는 볼더링의 매력에 대해 단호히 ‘성취감’이라고 말했다. “목표했던 루트를 완성했을 때의 짜릿함은 다른 어떤 운동에서도 느끼기 어려워요. 전신을 쓰는 운동이지만 결국은 멘탈 싸움이에요. 리드 클라이밍이 지구력의 운동이라면, 볼더링은 짧고 굵게 힘을 쏟아야 하는 게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맨몸으로 바위에 매달려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기에 언뜻 ‘나홀로 싸움’처럼 보이지만, 그는 “결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밑에서 동료들이 응원해주고, 다치지 않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죠.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믿음이 있어야 몸도 마음도 안정적으로 올라갈 수 있어요.”

 끝으로 김 씨는 클라이밍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에게 ‘두려워 말고, 한 번쯤 바위를 잡아보라’고 조언했다.

 “10년 전만 해도 클라이밍 센터를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동네마다 센터가 있을 정도예요. 스태프들이 다 도와줄 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가보세요. 자신과 잘 맞는다면 이보다 재미있는 운동은 없을 거예요.”

 짧고 강렬한 도전 끝에 마주한 성취감. 김 씨는 손바닥의 하얀 초크 자국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엔 완등의 ‘짜릿함’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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