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출간 100주년을 기념하며
1925년 첫 출간된 <위대한 개츠비>는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은 피츠제럴드의 출세작이었던 <낙원의 이쪽>(1920)과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1922)에 비해 판매 부수가 신통치 않았다. 피츠제럴드는 먹고사는 방편으로 160여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밤은 부드러워>(1934)와 <마지막 거물>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1940년 44년의 생을 마감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가 죽고 나서 재평가되었다. 눈 밝은 문학인들은 피츠제럴드의 대표작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추어올렸고, 독자들은 이에 반응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 중인 미군들의 손에도 <위대한 개츠비>는 들려 있었다. 그렇게 <위대한 개츠비>는 독자들의 수를 늘려가면서 현대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있다.
100년 동안 꾸준히 스테디셀러
100년 동안 꾸준히 읽히고 있는 스테디셀러이자, 100년 후의 독자들에게도 읽힐 <위대한 개츠비>는 책 제목이 확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24년 런던에서 탈고한 소설은 미국의 출판사 편집자에게 보내졌고, 피츠제럴드와 편집자는 몇 개의 책 제목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그중에 하나가 <위대한 개츠비>였고, 결국 최종 확정되었다. 한데, 이 제목은 100년 동안 이 소설을 읽은 수 많은 독자들에게 시비의 빌미가 되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독자들은 책의 제목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츠비 이름 앞에 붙는 ‘위대한’이라는 형용사가 쉬이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개츠비가 위대하다는 거지!”라고 반감을 표하며 투덜거리는 독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럴 만도 했다. 개츠비는 상식의 눈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독보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개츠비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부잣집 딸인 데이지를 만나 사랑했다. 그러나 거짓말은 들통났고 데이지와 헤어져야 했다. 데이지는 개츠비가 군대에 간 사이에 자신의 물질적인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남자인 톰 부캐넌과 결혼했다.
개츠비는 분했다.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 같아 억울하고 분통했다. 그리고 마음먹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그렇게 개츠비는 금주법의 시대에 술을 팔았고, 도박에 가담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모았다.
3년 만에 개츠비는 데이지와 톰이 사는 집 만(灣)의 바다 건너편에 대저택을 마련했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자신의 호화저택에서 호화 파티를 열었다. 이유는 단 하나, 파티 자리에 데이지가 와서 자신이 일군 부(富)를 목격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데이지는 기다려도 오지 않았고, 옆집에 사는 데이지의 먼 친척인 닉 캐러웨이가 주선한 자리에서 데이지를 만날 수 있었다.
데이지는 놀랐다. 5년 만에 다시 만난 개츠비가 엄청난 재력가가 되어 있었고, 아직까지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그렇게 데이지는 개츠비의 구애에 마음이 흔들렸다. 남편인 톰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맺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사랑 때문에 모든 것 건 남자 이야기
이렇게 놓고 보면 개츠비는 ‘위대한’ 사람이 못 된다. 개츠비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는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것을 개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개츠비가 왜 그토록 부를 갈망했는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한때 자신을 사랑했던 데이지의 마음을 돌려놓고 싶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개츠비는 오로지 데이지만 바라보았고 이를 위해 매진했다. 개츠비는 한 여자만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가슴을 가진 사내였고,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부가 필요했기에 세상이 요구하는 윤리를 무시했다.
그렇게 축적된 부를 가지고 개츠비는 위대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개츠비의 상상력은 무엇이었나. 그것은 부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성대한 파티를 줄곧 열었고, 집안의 실내장식은 최고급으로 치장했으며, 책장에는 온갖 책들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옷장에는 고급 원단의 최신 옷들을 포개 놓았다. 이는 오로지 데이지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하는 이유 말고는 없다.
개츠비의 위대한 계획은 자신의 뜻대로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00년을 견뎠고,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예술은, 개츠비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개츠비가 데이지의 마음을 되찾는 이야기는 삼류다. 이런 이유로 서사는 개츠비가 데이지를 대신해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렇다. <위대한 개츠비>는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건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쯤 되면 개츠비의 이름 앞에 ‘위대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조대영/영화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