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하철 공사 장기화에 소상공인들 ‘벼랑 끝’
“가림막에 손님 끊기고” “주차가 안돼 단골도 뚝…”
시 “상생카드 할인율·물품 구매 검토”에도 시큰둥

광주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진행 중인  서구 금호동 일대에 시민이 좁은 인도를 걷고 있다.
광주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진행 중인  서구 금호동 일대에 시민이 좁은 인도를 걷고 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가 장기화되면서 상권들이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공사장 가림막과 출입 제한으로 매출이 반 토막 난 지 오래지만, 법적으로 피해를 보상받을 길은 막혀 있다. 토지보상법상 ‘공사 피해 보상’ 조항이 없고, 시공사 측이 가입한 보험 역시 공사로 인한 직접 손실을 보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상생카드 할인율 확대나 물품 구매 등 우회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손님이 줄어든 게 아니라 아예 끊겨서 밥 한 끼, 옷 몇 벌 사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 지하철 공사장 인근 상인들의 공통된 목소리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본보가 찾은 광주 서구 치평동 일대. 평소 직장인들로 붐비던 점심시간이지만, 상가 거리는 한산했다. 지하철 2호선 1단계 공사 구간을 따라 가림막이 이어졌고, 도로 곳곳은 걷기에도 비좁았다. 전날 찾은 서구 금호동 일대에는 차량이 다니기에도 차선이 좁은 탓에 일부러 이곳을 식당을 찾아오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한 복권집 사장은 “올해부터 처음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주차하기가 어려우니 아무래도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며 “복권 특성상 잠깐 주정차 후 사가는 손님이 많은데 공사로 인해 힘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 주인은 “주차가 안 되니 단골들이 발길을 끊었다”며 “예전엔 점심시간엔 줄을 섰는데 지금은 손님보다 종업원이 더 많은 날도 있다. 무슨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토로했다. 미용실 직원은 “공사 차량이 상시 드나들고, 먼지 때문에 문을 열 수도 없다”며 “언제 끝날지도 모르니 가게를 접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누적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손해배상은 커녕 보상 신청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일대에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5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일대에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행 토지보상법은 원칙적으로 토지가 편입되거나 수용된 경우에만 손실 보상을 인정하기 때문에 공사로 인한 영업 손실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 다만 공익사업 시행으로 인해 배후지의 3분의 2 이상이 상실되어 영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되거나, 진출입로가 단절돼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 일정 기간 휴업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영업 손실 보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토지 편입이 수반된 극히 일부 구간에 국한돼 있으며, 도시철도 2호선 주변 대부분 상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 다른 대안으로 꼽히는 공사보험 역시 적용이 어렵다. 보험은 시공사의 과실로 인한 사고나 물적 피해를 보상하고 있어 매출 감소나 손님 이탈은 보상 범위에서 제외된다.

 광주시는 법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가능한 범위 내 지원책을 찾고 있다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치평동의 한 카페 사장은 “상생카드 할인율을 높인다고 해도 손님이 와야 쓸 것 아니냐”며 “손님이 없으니 카드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인근 옷가게 사장도 “공사장 때문에 차량이 못 들어오니 납품도 어렵고, 단골들도 차를 세울 데가 없어 그냥 지나친다”며 “상생카드 할인율 높여도 어차피 다른 곳에서 써버리면 아무 도움도 안된다. 문을 열면 인건비 때문에 계속 적자만 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구간(14.6㎞)은 애초 2023년 개통을 목표로 했지만, 자재비 급등, 암반층 발견 등으로 일정이 수차례 연기됐다. 최근에는 2026년 말에서 다시 2027년 말 개통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률은 94.8%에 이르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상수도관 파열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도로 개방 일정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고, 이는 곧바로 주변 상가의 매출과 직결되고 있어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철의 광주시의원은 “전체 공사기간을 다 보상하라는 게 아니라, 시가 약속했던 공기가 어그러져 추가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책임 있는 대응을 하라는 것이다”며 “지하철 공사로 인한 영업손실·시설피해를 전수조사하고, 피해 실태에 맞춘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인들은 스스로 선택한 위험이 아니라 행정 결정과 공기 지연의 결과로 손해를 보고 있다. 이제는 ‘법적 근거 없음’ 뒤에 숨을 때가 아니라, 소비쿠폰·지역화폐, 임시 하차공간·우회안내, 공영주차·배달비 지원, 공공기관 우선 구매 등 당장 가능한 수단부터 실행해야 한다”며 “13일에 상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상생카드 할인율을 높이거나, 시가 물품을 구매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언급했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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