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필터 색깔 변해 아이 씻기기도 겁나”
덕정정수장 장흥댐 수계 망간 일시 상승 원인
군 “정밀검사 진행중…2~3주 내 안정화 전망”

무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갈색으로 변한 필터 사진을 게시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사진=무안군 커뮤니티 캡쳐.
무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갈색으로 변한 필터 사진을 게시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사진=무안군 커뮤니티 캡쳐.

 광주에 이어 전남 무안군에서도 수돗물 필터가 갈색으로 변색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두 지역의 정수장과 수계는 다르지만, 망간(Mn) 농도 상승에 따른 비슷한 현상이 거의 같은 시기에 발생하면서 상수도 관리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5일 무안군 상하수도사업소에 따르면 최근 무안군 남악신도시와 오룡지구 등지에서 샤워기 필터가 황색 또는 갈색으로 변색된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무안군 남악지구의 한 아파트 주민은 “샤워기 필터가 하루도 안 돼 황토색으로 변해 버렸다”며 “교체하자마자 다시 더러워져서 물을 쓰기가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SNS에 사진을 올리며 “필터가 시커매져서 교체했는데 하루 만에 또 갈색이 됐다”며 “필터 탓이 아니라 물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지난 일요일 이후 나흘 만에 필터를 세 번이나 갈았다”며 “공식 안내도 없이 불안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하수도사업소에는 지난 월요일부터 수돗물 수질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으며, 일부 주민은 “아이 씻길 때 괜찮은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호소했다.

 이 같은 민원이 잇따르자 무안군 상하수도사업소는 안내문을 통해 “다수 세대에서 필터 변색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민원 세대 및 인근 급수관에서 수돗물을 채수해 전문기관에 수질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안내문에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수돗물 내 철(Fe)과 망간(Mn) 화합물이 불검출로 나오더라도 표시 한계 미만의 극미량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필터 변색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므로 안심하셔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안내문에도 주민들의 불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정밀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문제없다’는 말부터 하는 건 신뢰하기 어렵다”며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은 더욱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무안군은 이번 현상의 원인으로 ‘망간(Mn)’의 일시적 고농도 유입을 지목하고 있다.

 망간은 자연 상태에서 토양과 암석에 존재하는 금속 원소로, 인체에 필요한 미량 원소이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산화되면서 갈색 침전물을 형성한다. 이 침전물이 수도관이나 가정용 필터에 달라붙을 경우, 필터가 갈색이나 흑색으로 변색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망간은 극미량이라도 소독제인 염소와 반응해 산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수질이 변해 보일 수 있다.

 무안군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최근 갑자기 더웠던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물층 간 온도 차가 생겨, 하층에 가라앉아 있던 망간이 섞여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망간 농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안에는 정수장이 따로 없어 장흥댐에서 공급받은 원수를 그대로 사용한다”며 “덕정정수장에서 처리된 물이 배수지를 거쳐 저수조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망간이 산화돼 필터와 접촉하면서 변색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 5곳을 선정해 전 항목 수질검사를 진행 중이며, 다음 주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망간 유입은 없을 것으로 보이고, 2~3주 내 안정화되면 필터 변색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덕정정수장은 전남 장흥군 부산면에 위치한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운영 시설로, 장흥댐 원수를 정수 처리해 전남 서남권 9개 시·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공급 지역은 목포시, 장흥군, 강진군, 해남군, 영암군, 완도군, 진도군, 무안군, 신안군 등이다.

 이번 무안의 필터 변색 현상은 이 같은 덕정정수장 계통에서 공급되는 지역 중 일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달 중순 광주 광산구·서구·남구 등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고됐다.

 가정 내 샤워기 필터가 하루 만에 갈색이나 흑색으로 변색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덕남정수장이 주암댐 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하층 전도현상으로 망간이 고농도로 유입된 것”으로 원인을 규명했다.

 덕남정수장은 주암댐 수계를 이용하며, 무안의 덕정정수장과는 공급망이 다르다.

 그러나 두 지역 모두 최근의 급격한 기온 변화로 댐 내부의 수층 혼합이 발생하면서 망간이 섞여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에는 이상이 없고, 필터 변색은 미량의 망간 산화로 인한 현상”이라며 “심리적 불안 요인이지만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광산구에서만 3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시민들은 “상수도 전체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며 불안을 호소했다.

 광주시는 이후 관로 세척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저수조 내 잔류수가 모두 교체돼야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안군은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군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수질기준에 이상이 없다 하더라도 주민이 직접 보고 느끼는 불안은 또 다른 문제”라며 “실시간 수질 정보와 분석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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