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서 책 빌리면 포인트 적립, 지역서점서 20% 할인받아
책쿵20 가입 시민 3만3500명, 누적 구매 도서 54만5000권을 돌파
전국적으로 지역서점이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전주에서는 오히려 지역서점 및 동네책방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전주시(시장 우범기)는 2021년 76곳이던 지역서점이 올해 95곳으로 증가하며 25% 성장했다고 6일 밝혔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6개 지자체에서 서점이 단 한 곳도 사라진 ‘서점 소멸 지역’으로 분류된 상황에서, 전주의 이러한 흐름은 예외적이다.
전주가 지역서점 부활의 중심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책을 ‘상품’이 아닌 ‘문화’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서점을 ‘생활문화 거점’으로 재정의하며, 책과 사람, 그리고 지역이 연결되는 새로운 독서 생태계를 만들었다. 도서관과 서점을 잇는 선순환 구조 속에서 책을 빌리고, 서점에서 다시 책을 구매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바로 전주의 대표 정책인 ‘전주책사랑포인트 책쿵20’이다.
시민이 전주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권당 50포인트가 적립되고,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할 때 정가의 20%를 할인받는 제도다.
현재 책쿵20 가입 시민은 3만3500명, 누적 구매 도서는 54만5000권을 돌파했다.
올해만 약 22억5000만 원의 도서가 지역서점을 통해 판매됐으며 전주시는 2025년도에 4.6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책쿵20은 시민의 독서 습관에도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용자 중 82%가 “독서 빈도가 늘었다”고 답했으며, 서비스 만족도는 98.8%에 달한다.
서점 운영자들 역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참여 서점의 90%가 매출 증가를 체감했고, 99%가 “앞으로도 지역서점을 계속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전주가 지역 기반의 ‘책 소비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최근에는 타지역의 서점운영자들이 전주로 이전하려고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전주시는 ‘전주시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제도의 지속성을 확보했으며, 전주독서대전과 국제그림책도서전 등 대형 문화행사와 책쿵20을 연계해 시민의 참여를 넓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해 전주시를 지역서점 활성화 우수지자체로 선정, 장관 표창을 수여한 바 있다.
전주 곳곳의 서점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자체적으로 문화 행사를 운영하거나 다양한 개성을 가진 동네책방이 꾸준히 늘어나 지난 2021년 10곳에서 올해 현재 19곳으로 늘어났다
동네책방을 서신동에서 5년째 운영중인 청동북카페’의 이현미 대표는 “책 소개 메모와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손님들이 머물다 간다”며 “독서모임과 세미나 대관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서점이 시민의 일상 속에서 ‘쉼과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동네서점의 급감은 심각한 문제”라며 출판·문학 분야 지원 확대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학나눔사업 예산을 증액하고, 한국문학 번역·출판 지원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전주는 이미 그보다 앞서 지역 서점이 자생력을 갖도록 만든 ‘실효성 중심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주시는 앞으로도 로컬 북페어, 지역 작가 연계 프로젝트 등을 추진해 시민이 일상에서 책과 문화를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재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