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내란 동조, 정치적 쇼 거부”…5초 묵념 뒤 돌아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지만,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 속에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는 묵념만 남긴 채 사실상 무산됐다.

6일 오후 장 대표와 양향자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그러나 이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시민단체 30여 명이 ‘장동혁은 물러가라’, ‘극우 선동 내란 공조 장동혁은 5·18 모욕 말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입구를 봉쇄했다.

오후 1시 39분께 묘역에 도착한 장 대표 일행은 경찰 경호 속에 민주의 문을 통과하려 했지만, 시민단체 회원들이 바닥에 앉아 몸으로 길을 막아섰다. “감옥에 가라”, “오월영령 능욕하지 마라”는 고성과 함께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일부 시민이 넘어지며 현장은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지도부가 추모탑까지 200m 남짓한 거리를 이동하는 데는 10분 넘게 걸렸다. 도중에 한 여성이 “내란범이 무슨 낯짝으로 여길 오느냐”고 외치며 달려들자 경찰이 제지했고, 지지자들과 반대 시민들이 뒤엉키는 혼란이 이어졌다.

오후 1시 50분, 장 대표는 묵념만 한 뒤 헌화와 방명록 작성 없이 발길을 돌렸다. 예정돼 있던 윤상원·박관현 열사 묘역 참배도 취소됐다. 장 대표가 현장에 머문 시간은 불과 16분 남짓이었다.

광주전남촛불행동 회원들이 6일 오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참배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전남촛불행동 회원들이 6일 오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참배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 시민단체들은 “5·18정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방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광주전남촛불행동은 기자회견에서 “장 대표는 과거 전두환 재판에서 특혜를 줬던 판사 출신으로, 내란에 동조한 인물이다”며 “광주 시민은 그런 자가 민주묘지에 발을 들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기성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장동혁 대표는 내란 정당의 대표로 뼛속부터 내란 공범인 사람이다”며 “민주의 문을 지켰던 것 자체가 내란 세력들이 이 민주주의 성지를 더럽히지 않게 하기 위해 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여주기식으로 하는 행동 자체가 정말 분노스러웠다”며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앞으로도 이 문을 막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명의의 근조화환을 넘어뜨리거나 제거하는 등 장 대표의 참배를 막기 위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앞서 장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를 찾아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오월 영령 앞에 머리 숙이겠다”며 “5·18민주묘역 조성과 특별법 제정은 신한국당 시절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뤄진 것이다. 5·18정신과 산업화 정신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두 개의 위대한 기둥이다”고 말했다.

또 “오월정신이 대한민국의 긍지이자 역사의 자부심이 되도록 국민의힘이 진심을 다해 호남과 동행하겠다”며 “오늘의 발걸음이 진정한 화합과 국민통합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은 장 대표의 이런 메시지를 확인할 겨를조차 없이 시민들의 항의 속에 종료됐다. 장 대표는 별다른 발언 없이 버스에 올랐다. 

그는 이후 일정으로 복합쇼핑몰 부지를 방문해 건설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광주AI데이터센터 방문해 인공지능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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