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 무거운 주제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내"
전주MBC와 (사)혼불문학이 공동주최한 제15회 혼불문학상 시상식이 7일 오후 전주MBC 지하1층 공개홀에서 개최됐다. 올해 수상작은 김아나 작가의 장편소설 '4인칭의 아이들'로 322편의 치열한 경합 끝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2011년 제정된 혼불문학상은 고 최명희 작가(1947~1998)의 치열한 작가 정신과 대하소설 '혼불'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가 거듭될수록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신뢰받는 대표적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희찬 전주MBC 사장은 "올해 예년보다 늘어난 322편의 장편소설이 응모됐다"며 "독자뿐 아니라 작가에게도 신뢰받는 문학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작품이 접수되며 혼불문학상의 위상을 확인시켰다고 설명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영상 축사를 통해 "문학은 고통을 껴안고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작품은 그러한 문학의 힘을 잘 담아냈고, 혼불문학상이 지향해 온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평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7인의 심사위원단이 참석해 치열했던 심사 과정을 공유했다. 심사위원 전성태 소설가는 "4인칭의 아이들은 아동 성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화자가 계속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파편화된 구성으로 독자를 지연시키며 읽게 만든다"는 전 작가는 "이것이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이 내용에는 그런 방식밖에 없다는 필연적 실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가란 개인의 발화를 사회적 발화로 전환시키는 존재"라며 "김아나 작가가 보여준 성취는 개인의 발화를 집단의 발화로 옮기는 작업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덧붙였다.
김아나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제가 아니라 제 소설 속 아이들과 그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이 소설을 쓰면서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눴던 사람은 어린 시절의 제 자신이었다"는 그는 "글쓰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난폭했으며, 절망에 빠졌던 제 자신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38살의 저는 어린 시절의 저에게 새로운 인칭을 선물해 주었다"며 "소설이라는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환상적인 매개체를 통해서"라고 말했다.
직장 생활과 소설 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김 작가는 4인칭이라는 개념을 알게 해준 오재은 작가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2023년 소설 '1900XX'로 등단한 이후 회사를 다니며 소설을 집필해 온 김아나 작가.
시상식에는 윤동욱 전주 부시장, 이성호 남원 부시장, 이정석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이동헌 전북대 부총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최명희 작가는 생전에 "나는 소설 속에 말의 씨를 뿌리는 사람이다. 시대의 물살에 떠내려가는 쭉정이가 아니라 진정한 불빛 같은 알맹이를 담고 있는 말의 씨를 심고 싶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17년간 집필된 소설 '혼불'의 정신은 이렇게 해마다 새로운 작가들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 역대 수상작들은 그 시대의 상처와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며 한국 문학이 나아가야 할 윤리적 방향을 제시해 왔다.
정희찬 전주MBC 사장은 "최명희 작가의 작품은 어둠에서 밝음을 찾아내는 그리움"이라며 "그 작가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 문학의 내일을 함께 열어갈 작가들의 힘찬 도전을 계속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4인칭의 아이들'은 상금 7000만 원과 함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윤재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