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행안부 장관 광주본원 방문 내년부터 지원 약속
국가폭력 피해자들 “프로그램 횟수 늘려 더 많은 역할을”
정부가 내년부터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광주본원)’ 운영비를 전액 국비 지원하기로 확약해 광주시 예산 부담이 덜어질 전망이다.
2026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운영비(약 12억 6000만 원)는 상근자 인건비와 업무추진비, 공공요금 등 운영 전반에 필요한 소요 경비로 쓰이게 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장관은 10일, 광주본원에서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만나 “센터가 국가 유공자·부상자·유족 상처를 털어내는 치유 공간이 되도록 국가가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하며 정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구 화정동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원예치료실.
원예 치료에는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유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유족’, ‘군대 인권침해 피해 가족’등 12명이 참여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나눴다.
“삶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손으로 만져보고, 코에도 갖다 대 고유의 향기를 천천히 느껴보세요.”
지난 2012년부터 국가폭력 피해자를 치료하는 손명희 강사는 손수 준비한 로즈마리·라벤다 등 향기를 머금은 식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붉은 열매를 맺는 낙상홍과 희망을 뜻하는 노란 장미, 고귀함을 상징하는 천일홍을 매만지며 천천히 냄새를 맡았다.
가위로 가지 밑동을 ‘사선’으로 잘라내는 행위로 치료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손 강사는 “사선으로 잘라내는 행위는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들이닥친 아픔을 조금은 삐딱하게 바라보는 것”이라며 치료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5·18 당시 국가폭력을 입은 김정수 씨는 오랜 세월, 트라우마에 고통받다가 원예 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김 씨는 “하루하루 우울감이 심해 일상을 버티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센터를 알게 돼 치료를 꾸준히 받으며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며 “저를 포함해 더 많은 피해자들이 치료받도록, 많은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춘식 씨도 “어느덧 제 자식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곳이 센터다. 주1회씩 물리·요리 치료를 받고 있는데 만족스럽다”면서도 “실생활에서 더 많이 활용하도록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함께 원예 치료를 체험한 윤 장관은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국비 지원을 약속했다.
윤 장관은 “그간 광주시가 운영비 절반 부담이 부당하다는 요청을 많이 했다”며 “내년도 예산에 국비 지원금이 편성돼 있는 만큼 국가가 상처를 치유하도록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방침에 따라 센터 운영비는 내년부터 전액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
운영비는 광주시 파견 직원 인건비를 제외한 △상근 직원(13명) 인건비(복지수당·특수근무수당·퇴직급여 적립금 등) △공공요금 △클라우드사용료 △전산시스템 유지보수비 △자문수수료 △청사 관리용역비 △임차료 등 약 12억 6000만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