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1년째 폐쇄, 하늘길 막혀… 광주시 “정부 책임론” 재부각
군공항 이전 별개 강조했지만, 통합공항 이전 논의 ‘엇박자’ 우려도
울란바토르·나트랑·다낭 등 6개 노선 계획…“시민 피해 방치 못해”
광주시가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무안국제공항이 폐쇄기간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더 이상 호남권 주민들의 불편을 감내하며 기다리기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4월, 서남권 관문공항 기능이 사실상 마비됨에 따라 국제선을 임시로 취항해달라는 요구와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 임시 취항 가능성은 의문이다. 무안공항으로 국내선을 이전하는 민·군공항 통합공항 이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역효과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광주시에 따르면 “호남권의 하늘길이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날 국토교통부에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번 재추진은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무안국제공항이 폐쇄된 지 1년을 앞두고 나온 조치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동계 정기편 항공 일정’에서 무안공항이 제외된 사실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는 호남권 국제선 노선이 전무한 상태가 이어지게 된다.
김영선 광주시 통합교통국장은 “지난 2월부터 지역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임시 취항을 요청했지만, 국토부가 ‘무안공항이 10월에 재개항한다’는 전제로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며 “그러나 10월까지도 개항이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는 여전히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무안공항의 장기 폐쇄가 단순한 일정 지연을 넘어 사실상 정상화 불투명 상태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에 걸쳐 활주로 폐쇄를 연장했다. 지난해 12월 활주로 폐쇄 이후 1차 연장(2025년 1~4월), 2차(4~7월), 3차(7~10월), 4차(10월~내년 1월) 등 잇따라 폐쇄 기간이 늘어왔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둔덕 공사가 사고 원인 규명과 맞물려 재개항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김해공항 사고 때도 최종 수습까지 10년이 걸렸다”며 “무안공항이 개항하기까지 10년이 걸린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쉽지 않은 기간들이 소요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광주시는 정부가 무안공항 재개항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 불편만 가중되고 있어 관광업계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시·도민의 하늘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판단하에 국제공항 임시 취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노선 개설 요구가 아니라, 국토부가 호남권 항공 접근성 단절에 대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는 촉구 성격이라는 것이다.
또한 하늘길 복원은 군공항 이전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광주공항 국제선 재개 논의가 군공항 이전 논의와 충돌할 수 있다는 시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처음부터 이 입장을 견지하면서 했다면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기다려 왔는데 기존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시민의 불편은 계속 가중되고 있다”며 “시민 불편을 외면하고 군공항 이전 때문에 이건 안된다고 해야할 이야기인가 싶다. 군공항 이전과 하늘길의 문제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취항 여부는 불투명하다. 광주시는 이미 지난 4월 15일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 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번 재신청 역시 당시 계획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권역별 국제공항이 있어야 한다는 국토부의 원칙에 따라 임시취항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기대난이다. 당시 4월에 계획서를 제출할 당시에는 광주방문의 해,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등의 명분이 있었지만 현재는 서남권 관문공항의 역할을 하는 무안공항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 국한돼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4월 본보와 통화에서 “국내선 공항에는 국제선을 띄울 수 없다”며 “정말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토부가 지난 4월 광주시가 제출한 신청서를 반려한 이유다. 이번 추진 역시 국토부와 협의 없이 진행돼 건의서 제출 후 동향을 살펴볼 계획이다.
임시취항 여부가 받아들여질 경우 △울란바토르 △나트랑 △다낭 △연길 △장가계 △푸꾸옥 등 6개 노선이 취항한다. CIQ(세관·출입국·검역) 시설은 한국공항공사가 설치를 지원하고, 군과 협의해 슬롯(이착륙 시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내부 동선 조정에는 약 4~5억 원, 신규 동선 조성 시 최대 24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무안참사의 가장 첫 번째는 유가족이고 그 다음은 관광업계가 아닌 우리 시·도민이다”며 “보이지 않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 시·도민의 피해를 결코 묵과할 수 없어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 건의서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