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중국차(茶)] (84) 차의 보관환경과 수분(水分)의 함수 관계
보이차도 14% 넘으면 ‘부패’…차(茶) 품질 결정

건조를 마치고 방금 밖으로 나온 찻잎을 엄지와 식지로 비볐을 때 가루가 되어 부서진 안길백차. 수분함량이 ‘0’에 가까운 가루와 함께 백호도 보이는 상태이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차 싹의 봉묘(峰苗)가 바늘처럼 살 속으로 파고든다. 
건조를 마치고 방금 밖으로 나온 찻잎을 엄지와 식지로 비볐을 때 가루가 되어 부서진 안길백차. 수분함량이 ‘0’에 가까운 가루와 함께 백호도 보이는 상태이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차 싹의 봉묘(峰苗)가 바늘처럼 살 속으로 파고든다. 

 차에서 수분 함량의 고저는 차의 품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지표는 아니지만, 차 품질의 변화 속도를 결정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어떤 차이건 수분함량의 고저는 그 차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수분함량이 높은 차는 찻잎 속 화학물질의 산화와 진화(陳化) 속도가 과도하게 빨라, 그 향과 구감의 저하를 초래하여 차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불리하다. 그와 반대로 수분함량이 낮은 차는 높은 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학물질의 산화와 진화 속도가 느려 그 품질을 유지하기에 좋다.

 흑차 가운데서 보이차의 수분 함량 지표는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보이차는 반드시 후발효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일정한 수분이 필요하다. 수분은 찻잎 속의 물질들이 후속 발효가 이루어지는 데 도움을 주며, 이는 차의 품질 특징을 형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음용불가 습창차(濕倉茶). 박스 안에 곰팡이가 보인다. 고의로 고온고습한 환경에 차를 보관하여 썩혔거나, 보관환경이 맞지 않아서 생긴 경우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팔리지 않고, 이런 제품의 대부분은 상인들에 의해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보면 맞다.

 주의해야 할 점은 수분함량이 지나치게 높으면 미생물들의 활동이 격렬해지고,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 활동하며 결국에는 차가 발효가 아닌 부패가 이루어지기에 수분은 차의 위생과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보이차라 지칭함은 생차와 숙차 모두를 포함한다.

 수분 함량과 차의 향기 또한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수분함량이 높으면 차의 향은 낮아지고, 반대로 수분함량이 낮으면 차의 향은 높아진다. 화차(花茶)와 긴압차(緊壓茶)의 수분함량 기준이 높지 않은 것은, 수분함량이 지나치게 낮으면 차의 화향(花香)이 대량으로 손실되기 때문이다.

 긴압차는 앞서 설명한 보이차와 같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비록 동일한 차라고 하더라도 그 등급에 따른 수분함량의 요구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정차(正茶)는 온전한 형태의 차, 녹차의 경우 줄기나 가지 등이 없는 잎으로만 된 차를 말하고, 부차(副茶)는 줄기나 가지 등이 섞여 있으며 찻잎 또한 부스러진 것들이 많기에 그 등급이 낮다.

 ▲내수용과 수출용의 수분함량 기준이 다른 것은 수출용은 화물 포장한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관계로 그 기준에 약간의 여유를 둔 것이다.

 ▲홍쇄차의 수분함량 지표가 왜 다른 차에 비해 더 낮을까? 이는 C.T.C 차의 외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작은 과립형으로 된 홍쇄차는 수분함량이 높으면 일부분이 서로 엉겨 붙을 수 있으며 이는 상호 간섭작용과 함께 최악의 상황에는 차가 부패하는 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백차의 수분함량 지표가 높은 이유는? 백차의 제다 과정을 이해하면 더 쉽다. 살청과 유념을 거치지 않은 백차는 찻잎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에 수분함량이 낮으면 작은 충격에도 그 외형이 쉽게 부서지기 때문이다. 낮은 수분함량으로 인해 충격에 부러지고, 부스러져 낮은 등급을 받는 것은 모든 차에 적용된다.

 ▲흑차의 수분함량과 관련하여 발효와 부패가 갈리는 임계점은 14%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날씨에 한해서이고, 장마철과 같이 전체적으로 내외부의 습도가 높은 경우는 10%의 수분함량 상태에서도 부패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를 보관할 때 또 하나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가 통풍이다. 위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장마철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차가 손상을 입기 쉬운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때 제습설비가 없는 최악의 환경에서의 마지막 수단은 선풍기이다. 인공적인 통풍을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차의 부패를 지연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비가 그친 후에는 자연통풍을 시켜주는 것이 좋고, 그 시기는 외부의 땅이 말라 있을 때라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이처럼 차는 보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애호가들이라면 장마철의 온습도 조절과 통풍에 신경을 써 줘야만 하는 것이다. 한해 차농사의 성패는 장마철 관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
류광일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군 창평면 덕생연차관에서 차향을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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