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인권공감 문화행사 특강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 통합을"

문영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1일 전주시청 강당에서 열린 '2025 인권공감 문화행사'에서 헌법소원의 의미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강연했다.
문영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1일 전주시청 강당에서 열린 '2025 인권공감 문화행사'에서 헌법소원의 의미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강연했다.

문영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1일 전주시청(시장 우범기) 강당에서 열린 '2025 인권공감 문화행사'에서 헌법소원의 의미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전했다.

이날 행사는 '헌법소원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을 주제로 진행됐다. 문 전 소장은 "헌법은 단순한 법 조항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선언한 인권의 토대"라고 강조했다.

문 전 소장은 헌법소원의 실제 사례를 들어 제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판사 시절 겪은 사건을 소개하며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빚까지 떠안게 된 노부부가 상속 포기 제도를 몰라 고통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비슷한 사례가 헌법재판소에 제기됐고, 결국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현행법은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과실 없이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 포기가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이것이 바로 헌법소원의 힘"이라고 강조한 문 전 소장은 "국민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권리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문 전 소장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 갈등 문제도 언급했다.

"두 기관이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상호 존중을 제시했다. "법원의 법률 해석을 헌재가 존중하고, 헌재의 위헌 결정을 대법원이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소장은 헌법재판소가 사회 변화에 기여한 사례로 동성동본 금혼 조항 폐지를 들었다. "김해 김씨가 전국에 300만 명 이상인데, 같은 성씨끼리 결혼하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했다"고 말했다.

문 전 소장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꼽았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며 "대화와 타협을 가장 많이 했고, IMF 극복과 남북 정상회담 등 큰 업적을 남겼으며, 정권 재창출로 자신의 성과를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청중과의 질의응답에서 문 전 소장은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며 "오판 가능성과 회복 불가능성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모두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권자의 뜻이 그러하다면 더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 시민이 좌우명을 묻자 문 전 소장은 "퇴임 전까지는 정직이었다"고 답했다. "자신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라며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사인회.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사인회.

그는 현재의 좌우명으로 "목표가 아닌 목적이 있는 삶"을 제시했다.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며 "공론의 장에서 사회 통합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전주 방문 중 콩나물국밥과 한정식을 즐긴 문 전 소장은 "전주는 살기 좋은 도시"라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우범기 시장님이 잘하실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는 전주시가 주최한 '2025 인권공감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시민 4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연 후에는 문 전 소장의 저서 사인회도 진행됐다.

윤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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