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 만난 사람] 시각예술단체 ‘1995Hz’ 김소진 대표
인쇄의 거리 서남동서 ‘예술촌’ 조성
오는 14~16일 ‘서남예술장’ 펼쳐져

광주 동구 서남동 인쇄문화마을. 
광주 동구 서남동 인쇄문화마을. 

 인쇄 노하우 강의부터 DJ 퍼포먼스까지! 14일부터 3일간 '서남예술장'에서 새로운 광주를 만나!

 “갈망은 언제나 새로운 미래를 책임진다.”

 30년 전 광주비엔날레가 도시에 새 바람을 일으켰듯, 그 토대 위에 자란 청년들이 또 한 번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광주 동구 서남동의 오래된 골목에서, 세대를 잇는 갈망이 다시 도시의 미래를 그린다.

 11일 찾은 서남동 인쇄의 거리. 사람의 발길은 드물지만, 어딘가 분주한 소리가 거리를 채운다. 낡은 간판 아래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인쇄 소리, 희미하게 번져오는 새 종이와 잉크 냄새. 한때 ‘인쇄의 중심가’였던 거리는 세월의 결을 품은 채, 다시 깨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청년 시각예술단체 ‘1995Hz(헤르츠)’가 있다. 기획자, 연구자, 예술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장르의 청년들이 모여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프로젝트 팀 ‘1995Hz’는 광주 최초로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서남동 인쇄의 거리를 기반으로 ‘서남예술촌’을 조성하고 있다.

1995Hz 김소진(30) 대표.
1995Hz 김소진(30) 대표.

 광주비엔날레 세대 청년들의 반란 

 1995Hz 김소진(30) 대표는 “1995라는 숫자는 제가 태어난 해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동료들의 나이도 모두 90년대생이었기에 가운데 있는 숫자인 1995를 팀명으로 정하게 됐다”며 “또 광주비엔날레가 처음 열린 1995년에, Hz가 담고 있는 ‘공명’이라는 의미를 더해 비엔날레가 탄생한 해에 태어난 세대들이 광주에서 새로운 일을 해보겠다는 메시지도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독립큐레이터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시각문화큐레이터학과를 졸업한 후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에서 문화예술기획 석사를 마쳤으며, 현재 행정학도 전공하고 있다.

 이처럼 예술로써 비어있던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관련, 그는 “10대 때 광주시립미술관이나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보러 다녔던 게 밑바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 때 미술 전시나 작품이 주는 충격 같은 것들에 많이 노출됐다 보니 관심도 그런 쪽으로 기울었다. 광주비엔날레 도슨트 아르바이트도 했었는데 그렇게 돈을 모아서 갔던 유럽 여행에서 10년에 한 번, 5년에 한 번 열린다는 축제들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때 전시를 단순히 전시장에서만 해야하는게 아니라 도시 전체가 전시장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던 것 같다.”

오는 14일 서남예술장이 열릴 광주 동구 서남동 일대 거리.
오는 14일 서남예술장이 열릴 광주 동구 서남동 일대 거리.

 이후 ‘광주의 새로운 공간을 찾아다니며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 대표는, 무등산을 중심으로 한 전시 프로젝트 ‘무등예찬’, 광주 동구 계림동에 있는 금수장 호텔을 무대로 한 아트페어 ‘금수예술장’ 등 다채로운 미술 행사를 기획해왔다.

 그 중에서도 지금 이 ‘서남동’이라는 동네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모든 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 졸업을 하고 프리랜서가 됐는데 사무실도 없어 카페 같은 곳에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작업하곤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규모는 점점 커졌고 짐도 많아지면서 정착할 곳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첫 작업실은 수기동이었다. 그곳도 좋았지만 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동구 도시재생사업센터 관계자를 통해 서남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곳은 포스터나 리플렛을 자주 맡기던 곳이기도 했다. 상권이 쇠퇴해가던 서남동이 우리가 필요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청년마을지원사업을 통해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

전시장으로 조성 중인 유휴공간.
전시장으로 조성 중인 유휴공간.

 쇠퇴한 골목에 '공명'을 불어넣다

 그렇게 서남동 일대를 예술로써 청년과 지역 주민이 더불어 사는 동네로 탈바꿈시켜나가는데 한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그 여정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서남예술장’을 선보인다. 금수장 호텔에서 열었던 ‘금수예술장’에서 나아간 아트마켓&축제로, 유휴 공간을 활용한 아트마켓, 전시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서남예술장은 ‘서남장’과 ‘예술장’ 두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서남장’은 서남동의 장소성과 인쇄 정체성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예술장’은 지역 안팎의 청년 예술인이 참여해 창작과 교류를 이어간다.

 김 대표는 “서남장에서는 서남예술촌 투어 프로그램이나 인쇄 발주 노하우 강의, 레지던시 작가님들의 전시와 오픈스튜디오, 아티스트 토크 같은 것들이 진행된다. 예술장에서는 무등산 자락에 있는 서남동의 의미를 담아 ‘무등’의 가치를 식탁 안으로 불러 모은 에술체험과 인쇄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활용한 DJ퍼포먼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는 “아직까진 청년마을사업이다 보니 청년 예술인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데 앞으로는 세대를 불문하고 더 다양한 예술인들이 서남동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저에게 주어진 과제는 전 연령대의 예술인들을 서남예술촌에 불러모으고, 그들이 하나의 장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서남예술장은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서남동 인쇄의 거리 일대에서 3일간 진행된다. 자세한 프로그램 일정은 서남예술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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