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3분기 호남권 경제동향 모니터링 결과
호남권 경제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여파로 3분기 들어 소폭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건설업이 서비스업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전체 경기 하락 폭을 다소 완충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와 전북본부, 목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3분기 호남권 경제동향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3분기 중 호남권 경기는 전분기 대비 소폭 악화됐다. 정부의 소비진작책으로 서비스업이 선방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이 동반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경기가 주춤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 반도체·철강 ‘선방’ 속 조선·자동차 ‘부진’
호남권 제조업 생산은 전 분기보다 소폭 감소했다. 반도체와 철강은 생산이 늘었지만, 조선·자동차·석유화학·석유정제 부문은 감소했다.
반도체는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로 국내 반사이익을 얻으며 수요가 유입됐고, 철강은 판매가격 상승과 AI 기반 설비 효율화 등 원가 개선 노력 덕분에 증가세를 유지했다.
반면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한 전 분기 ‘선수요 효과’가 사라지며 3분기 일평균 수출이 15.0% 급감했다.
석유화학과 석유정제 업종도 글로벌 경기 개선 지연과 업황 부진으로 생산이 위축됐다. 여천NCC는 적자 누적에 따른 자금난으로 8월 이후 여수 3공장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조선은 HD현대삼호 변전소 화재와 발주 둔화의 여파로 부진했다. 7월 전남 영암 대불산단 HD현대삼호 변전소 화재로 인한 직간접 손실액과 복구 비용은 약 22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4분기에는 일부 회복 조짐이 기대된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되기로 합의된 데다, 중국 선박에 대한 미국 입항세 부과로 한국 조선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도 대중국 관세의 반사이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서비스업, 소비 진작책 효과로 ‘소폭 증가’
서비스업 생산은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7~9월) 등 소비 진작책에 힘입어 소폭 증가했다. 숙박·음식점업은 외식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각종 정책적 지원과 지역 축제 개최 효과로 수요가 늘었고, 보건·복지·교육 서비스업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증가폭은 제한적이었다. 올여름 광주전남지역의 폭염일수는 평년 대비 22.3일이나 많은 29.6일을 기록했고, 열대야일수도 14.6일 많은 25.7일에 달했다. 이 때문에 도소매업은 소비쿠폰 지급에도 전분기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운수업은 무안공항 폐쇄 연장과 광양항 물동량 7.9% 감소로 하락했다. 부동산업은 거래량이 전 분기 대비 7.9% 줄어드는 등 침체세를 이어갔으며,
건설업, 민간·공공 모두 위축
건설업은 민간과 공공 모두 부진했다. 민간부문은 착공면적이 전 분기보다 4.4% 감소했고, 분양시장 부진이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다.
공공부문은 지자체 SOC 예산 집행액이 36.6% 줄어들며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 들어 영무토건(5월), 유탑건설(10월) 등 지역 주요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사례가 이어지면서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인건비 상승과 미분양 누적 등으로 민간 부문은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새만금 국제공항 착공 지연 등 법적 불확실성으로 공공 SOC 수주도 둔화가 예상된다.
4분기 ‘소폭 개선’ 기대…관세 인하 합의 ‘호재’
다만 4분기에는 경기가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산 자동차 및 관련 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한 것이 주요 호재다.
조선업도 화재로 중단됐던 공장이 재가동되고, 미국의 중국산 선박 입항세 부과 조치로 한국산 선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서비스업은 2차 민생회복소비쿠폰 지급(9월)과 정부의 대규모 소비진작 행사인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10월 29일~11월 9일) 개최 등으로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건설업은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기저효과와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의 법적 불확실성 등으로 소폭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11월 착공 예정이었으나 9월 법원의 기본계획 취소 판결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