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1만 7731명, 전남 1만 4952명 응시
“지원자 역대급이지만, 노력한만큼 결과 있을 것”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3일 오전 8시 40분, 전국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교문 앞은 예년처럼 큰 응원전 대신 수험생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차분한 응원’이 이어졌고, 선생님들은 한 명씩 학생을 안아주며 “하던 대로만 하자”는 메시지를 건넸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장을 잘못 찾아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침착하게 입실을 마치며 마지막 관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광주에서는 40개 시험장에서 1만 7731명이, 전남에서는 7개 시험지구 46개 시험장에서 1만 4952명이 올해 수능에 응시했다.
13일 2026학년도 수능이 치러지고 있는 26지구 제20시험장(광덕고등학교) 앞. 고3 담임교사들이 수험생들을 향해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매년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교사들은 올해 유난히 치열했던 학습 분위기와 역대급 인파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준비해온 아이들을 믿는 마음을 드러냈다.
인성고에서 4년째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허진흥 교사는 “아이들이 평소 준비한 대로만 해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다”며 “역대급 인파로 부담이 큰 분위기지만, 그만큼 열심히 해온 아이들이기에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있을 것이다. 대학에 가서도 잘 해낼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9년째 고3을 맡아온 문성고 홍기원 교사는 “아홉 번째 응원이지만 마음은 늘 같다. 아이들이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길 바란다”며 “올해는 역대급으로 몰입도가 높았다. 제가 손을 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스스로 긴장감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생을 길게 보면 실패에서 얻는 게 훨씬 크다. 이번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약점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큰 고비를 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제34시험장 대성여자고등학교 앞은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들을 배웅하려는 차량 행렬로 북적였다.
학생들은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에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도시락 가방을 들고 차분히 시험장으로 향했다.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교사들은 소속 학교 학생들을 한 명씩 안아주며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건넸다.
교문 앞까지 동행한 한 학부모는 자녀가 교문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안쪽을 바라봤다. 시험장으로 향하던 학생 역시 뒤돌아 부모를 한번 더 바라보며 힘을 얻는 모습이었다.
이 학부모는 “점심 도시락은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만 챙겨줬다”며 “기름진 고기는 속이 불편할까 걱정돼 평소 잘 먹던 두부 반찬 등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 없이, 늘 하던 대로 끝까지 잘 치르고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과거처럼 시끌벅적한 펼쳐지기보다는, 수험생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차분한 응원 분위기가 이어졌다. 교문 앞은 비교적 안정된 분위기였지만, 시험장으로 들어선 학생들의 표정은 한층 진지했다.
학생들은 가져온 문제집을 다시 훑어보고, 평소 하던 대로 음료를 마시며 각자의 루틴을 지켰다. 어떤 학생은 졸음을 쫓기 위해 복도에 서서 마지막 점검을 이어갔다.
제16시험장인 전남고등학교 정문 앞도 이른 아침부터 응원의 열기로 가득했다. 각 학교에서 찾아온 선생님들은 낯선 환경 속에서 시험을 치를 제자들을 기다리며 따뜻한 핫팩과 간식거리를 준비하기도 했다.
선생님들은 쌀쌀한 공기 속에서도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고, 등을 두드리며 “괜찮다, 잘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동명고에서 온 한 교사는 “그동안 고생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애틋하다”며 제자들을 다정히 챙겼다.
또 서강고에서 온 이모(42) 교사는 “아무래도 학교에 있을 때보다 더 긴장한 것 같아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능력을 다 발휘하고, 시험 끝나면 마음 편히 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39시험장인 상일여고 정문 앞도 이른 아침부터 차량과 학생들로 혼잡했다.
서부경찰서는 수험생들이 안전하게 입실하도록 일찍이 시험장마다 10명의 교통계 인력을 시험장 인근에 배치해 교통을 통제했다.
수험생만큼이나 마음이 애타는 사람은 교사들이다.
중앙여고 이임모 교사는 핫팩을 든 채 아이들이 언제 오나 오매불망 기다렸다.
정문 옆, 서광고 이예진 교사도 아이들이 도착하면 한껏 안아주며 “잘할 수 있어! 힘내”라며 두 손을 불끈 쥐으며 응원했다.
일반사회 담당 이예진 교사는 “아이들에겐 3년간 쌓아온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올해엔 사탐에 몰리는 사탐런 추이를 보이지만, 아이들이 기 죽지 않고, 뛰어난 기량을 마음껏 뽐냈으면 좋겠다”며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재수생인 아이들을 다시 시험장에 배웅하는 한 부모는 아이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수험생 아버지인 김 씨는 “지난해 제 딸이 서강대 합격했지만, 원하는 학교가 아니라 올해 다시 수능을 치르게 됐다”며 “수능을 다시 봐야하는 압박감과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이가 원하는 성적을 얻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능은 전국 84개 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오전 8시 40분 1교시 국어영역을 시작으로 일제히 진행됐다. 시험은 오후 5시 45분까지 이어지며,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은 4교시 탐구영역이 끝나는 오후 4시 37분에 시험을 마치게 된다.
전경훈·박현아·최문석·유시연 기자 haha@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