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행정사무 감사 중인 도의회 전경(오른쪽).
전남도 행정사무 감사 중인 도의회 전경(오른쪽).

“개인적인 재산 손실이라면 혀 깨물고 죽어야 할 정도입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수사받아야 할 상황입니다.”

최근 전남연구원에 대한 도의회의 행정사무 감사에서 나온 한 의원의 지적이고 탄식이다. 아주 센 발언이었다. 연구원의 임차보증금 수십억 원이 날아갈 위험에 처해 있고, 그런데도 연구원은 혈세 손실을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다.

전남연구원이 현 동신대학교 건물로 옮기기 전 나주혁신도시에서 광주연구원과 함께 둥지를 튼 자리가 사달이 났다. 임차보증금 46억 원(전남연구원 30억여 원, 광주연구원 15억 원 이상 부담)을 받지 못한 것이다.

건물주가 부도나고 사기성 분양 사건에 휘말려 건물이 경매 절차에 들어가 가격이 다운될 경우 연구원이 최대 30~40억 원 정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극히 암울한 지경에 있다.

“이건 결국 혈세를 낸 지역민들이 잘못했다는 말이 되는 거예요. 이 말 저 말 들어보면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고 어쩔 수 없는 상황만 얘기하니 그러지 않겠어요?”

이번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의 행정사무 감사장은 잇따른 질타와 고성으로 얼룩졌고 이를 본 기자는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임차보증금 문제 이외에 연구원이 연구 성과를 도의회에 설명하는 자리가 별로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도청 등 집행기관의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도 의문이란 지적이 있었다.

전남연구원 자체적으로 연구 및 근무환경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한 도의원 질문에 김영선 원장은 “전국 광역 17개 연구원 가운데 중간 정도 한다”고 답했다. 그 정도면 선방하고 있다는 것인지 부족하다는 것인지 모호했다.

박사급 연구원이 수두룩한 전남연구원이 임차보증금 상당액을 잃게 생긴데다 지역민을 대변하는 도의회로부터 험한 말을 들으며 코너에 몰리는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답지 못했다.

번듯한 건물 하나 없이 셋집살이하는 전남연구원,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광주·전남 상생의 상징성으로 광주연구원과 합쳤다가 이해가 안 맞으면 쪼개졌다 하는 일을 반복하는 지역 싱크탱크,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더욱이 이번 연구원의 운영상 제반 경비 손실 발생에 대한 부담률(50%대 50%)을 놓고도 광주연구원과 이해가 부딪히며 도의원들의 감정이 상했다. 전남연구원이 임대보증금을 두 배 부담했으면 손실 경비는 광주연구원이 두 배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연구원이 여느 기업처럼 이익 추구형이 아니므로 차후 손실에선 광주연구원이 더 부담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논리다. 광주시, 광주연구원에 대한 서운함과 유감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솔직히 이번 전남연구원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 과정을 지켜보며 광주와 전남 상생의 길은 멀고도 험하게 느껴졌다. 아니, 더욱 솔직하게 말하면 광주·전남 상생을 지역 안팎에서 언급할 때면 공직자와 여타 관계기관 상당수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지 않을까 했다.

광주전남연구원이 하나가 돼 잘 운영되더라도 때론 내부 충돌이 불가피할진대, 하필 함께한 건물 자리가 부도가 나고 이제 헤어진 마당에 금전적 손해까지 크게 보게 생겼으니, 더군다나 손실률 부담을 놓고도 감정이 다치고 있어 참 기구한 운명의 연구기관이란 생각이다.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조직 운영이 흔들리고 뜻하지 않는 건물주의 경영 부실로 내쫓기는 싱크탱크의 위상은 광주·전남이 안고 있는 허약한 내부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1인 체제의 전라도적 정치양식, 아직 비즈니스 친화적이지 못한 낡은 관료 시스템, 연구직이라고 하면 실물정치의 아래 단계쯤으로 보는 구시대적 인식 등이 얽혀 있다. AI 시대를 선도하는 지역이라면 반드시 개선해야 할 점들이다.

참고로 전남연구원의 정원은 원장을 포함해 76명(6실·2단·1감사실·6센터)으로 2024년 말 기준 54명이 근무하고 있으며(현재 연구원과 사무직 등 다수 충원 중), 지난해 인건비로 39억여 원을 집행했다.

연구원은 전남지역 중장기 발전과 시급한 현안에 대응, 정책 비전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며 현재 100여 건의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지역소멸, 균형발전, 인구정책, 탄소중립, AI 사업 전환 같은 중차대한 연구업무다.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정진탄 전남본부장 겸 선임기자 chchta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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