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전대 후문 등 공실에 신규 인형숍 러시
현금 아닌 카드 결제 가능…금전적 감각 무뎌져
빈 점포가 늘어가는 광주 구도심 일대를 요즘 화려하게 채우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인형뽑기’ 매장이다. 올해 들어 광주 곳곳에 무인 인형뽑기숍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과몰입과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광주 동구 충장로 거리에는 휘황찬란한 인형뽑기숍이 눈에 띄었다. 길을 걷기 시작한 지 단 10분 만에 10여 곳의 매장을 둘러볼 수 있었으며, 사거리를 둘러싸고 3곳의 매장이 밀집한 모습도 확인됐다.
매장 안에는 각양각색의 인형뽑기 기계가 늘어서 있었고, 기계 안에는 유행하는 캐릭터 인형과 피규어, 키링 등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낮 시간이라 이용객은 많지 않았지만, 젊은 층이 드문드문 매장 안으로 들어와 뽑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나가곤 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광주에서 운영 중인 청소년게임제공업장(인형뽑기방·오락실 등)은 124곳으로 파악됐다. 이 중 올해 새로 문을 연 곳만 26곳으로, 2024년 16곳, 2023년 9곳과 비교해 가파른 증가세다.
특히 구도심 일대 증가세가 뚜렷했다. 올해 신규 개업한 26곳 중 7곳이 충장로 일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남대 후문 역시 올해만 3곳이 문을 열며 주요 상권 가운데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두 상권은 광주에서 가장 쇠락이 두드러지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전남대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39.2%, 소규모 27.4%로 광주에서 가장 높았으며, 충장로·금남로 일대는 중대형 26.4%, 소규모 15%로 그 뒤를 이었다.
즉, 빈 점포가 늘어난 자리에 인형뽑기 매장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Z세대를 중심으로 ‘키링’ 문화가 확산하는 데다, 낮은 창업비용과 무인 운영으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임대료 부담이 큰 구도심 상권에 특히 적합한 운영 형태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현금 결제만 가능했던 것과 달리, 최근 문을 연 인형뽑기 매장은 카드 결제가 가능해 현금을 사용할 때보다 금전 감각을 잃기 쉽다는 우려가 따른다. 게다가 대부분 매장이 화려한 색감과 불빛을 내뿜어 시각적 자극으로 과몰입을 유도하는 구조다.
이날 찾은 인형뽑기 매장의 한 판 당 가격은 1000~2000원으로 다양했고, 모두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3000원어치만 해야지 했는데 조금만 더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1만 원을 쓴 적도 있었다”며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조절이 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무인 매장 특성상 야간 관리 부재도 문제다. 인형뽑기숍은 청소년게임제공업소로 분류된다. 청소년게임제공업장은 법적으로 밤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이 제한되지만, 상당수가 무인으로 운영되면서 사실상 단속이 어렵다.
이러한 무인 운영과 결제 편의성이 맞물리며 청소년이 사행성 유사 환경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반복 결제를 유도하는 구조, 간헐적으로 성공을 주는 보상 방식, 요령이 있다는 착각을 만드는 설계 등은 도박 중독과 유사한 패턴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광주 한 상권 전문가는 “최근 상권 쇠락과 맞물려 무인 인형뽑기 매장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는 상권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진 않는다”며 “오히려 관리 사각지대가 되면서 청소년 보호와 안전 측면에서 문제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