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족 졸속·의회 동수 부적절·농촌 피해 등 제기
연내 출범 사실상 무산…갈등 깊어져 좌초 가능성도
광주시의회 의원들이 지난 18일 전남도의회를 방문해 광주·전남특별광역연합 규약안을 의결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달 먼저 광역연합 규약안을 통과시킨 시의회는 이날 시도의회 의장 회동을 제안하는 등 ‘적극 의정’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도의회는 19일 본보에 "이번 정례회(11월 3일~ 12월 16일)에서 규약안 상정 여부를 검토 중이며 내부 의원들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의회에서 규약안 상정을 보류하며 제기한 주요 쟁점과 이와 관련 전남도의 입장 등을 짚는다.
“특별광역연합 성급한 추진”
도의회는 그간 집행부에서 메가시티, 특별자치도 등을 추진하다가 돌연 특별광역연합으로 정책을 전환해 지역민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5극 3특’ 국정과제 발표 이후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광역연합이 기존 지자체 권한을 존중하는 만큼 권한 중복, 의사결정 지연, 추진력 부족 등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문제 삼는다. 과거 필요시 광주시와 초광역사업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의회와 소통이 다소 부족한 점을 인정한다. 향후 규약안 실현 과정에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역연합 의회 동수 구성 불합리
광역연합 의회가 별도로 구성되는 가운데 도의회와 시의회에서 각각 6명을 선출, 총 12명이 활동한다.
하지만 도의회는 도의원 전체가 61명이고 시의회는 23명인데 연합의회가 동수로 구성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동수 원칙은 지자체 간 동등한 구성 취지”라며 “하지만 우려를 공감한다. 광역연합 내부 운영 규정을 마련할 때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한다.
도시 중심 개발 농촌 지역 피해
도의회는 지역 주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중앙 주도, 행정 효율성 차원에서 광역연합이 성급히 추진되면 1995년 도농통합 상황 재현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도시 중심 개발로 농어촌 지역이 배제되며 결과적으로 피폐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역연합 규약안에 포함된 초광역 도로망 구축을 보면 이미 광주를 중심으로 교통 인프라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광역연합의 예산과 사업이 이처럼 특정 지역에 쏠릴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광역연합이 기능 통합과 행정 통합 등의 업무와 직접 관련돼 있지 않고 시도가 가능한 상생 및 협력 업무, 협력 사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한다.
AI컴퓨팅센터 전남 유치, 광주 태도 서운
도의회는 최근 삼성 SDS 컨소시엄의 국가AI컴퓨팅센터 전남 후보지 결정과 관련 광주시와 시의회가 반발하는 태도를 문제 삼는다.
한뿌리라면서 전남 유치를 수용하지 못하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갖고 있다.
이런 모습이 광역연합이 추구하는 지역 상생협력 발전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게 도의원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와 시의회 차원에서 AI컴퓨팅센터 전남 유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아직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은 상태다.
도의회의 이 같은 문제 제기와 규약안 상정 보류는 종국적으로 광역연합 의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배수진이며 시도 간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란 시각이 많다.
하지만 연내에 출범시키기로 한 광역연합이 규약안 상정 보류로 행안부 승인 등이 미뤄져 사실상 무산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 출범 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남도와 광주시는 광역연합 행정예고 이후 지난 10월 의회 임시회에서 규약안 의결, 11월 중 연합의원 선임 뒤 특별회계 설치 조례 의결, 12월 연합의회 첫 임시회 소집으로 광역연합을 공식 출범시킨다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국토 균형발전 전략으로 추진되는 광역연합 규약안은 연합의 설립 목적, 재정 운영 체계를 담고 있으며 산업 인프라 유치, 광역교통망 확충, 글로벌 관광 구축, 환경 과제 등을 공동사무로 명시하고 있다.
정진탄 기자 chchta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