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7,000억원 투입, 서남권 해상풍력 본격화
바람을 가르는 블레이드, 이제 전북에서 만든다.
전북특별자치도가 해상풍력 산업의 핵심 부품인 블레이드 국산화에 본격 시동을 건다. 19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CARBON KOREA 2025' 개막식에서 전북자치도를 비롯한 11개 기관·기업이 해상풍력 블레이드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외국산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전북의 야심찬 도전이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전북이 보유한 탄소소재 기술력과 해상풍력 산업의 결합이다. 해상풍력 블레이드는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핵심 원료로 사용한다. 전북은 전주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와 군산 해상풍력 클러스터를 연계해 탄소복합소재 기반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블레이드는 바람으로 발전기를 회전시키는 날개로, 해상풍력 발전기의 성능과 경제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그동안 국내 해상풍력 산업은 외국산 블레이드에 의존해 왔다. 이번 협약으로 전북이 국산 블레이드 개발과 생산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기반이 마련됐다.
협약에는 전북자치도와 군산시를 비롯해 휴먼컴퍼지트, 신성소재, 삼우기업, HS효성첨단소재, 도레이첨단소재, 국도화학 등 관련기업과 한국재료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탄소나노산업협회 등이 참여했다. 지자체, 기업, 연구기관, 협회가 한마음으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국산 블레이드 표준화 및 공용화 모델 개발, 실증·양산·보급 기반의 공급망 인프라 및 생산설비 확충, 배후항만과 연계한 클러스터 조성 등 해상풍력 블레이드 산업의 전주기적 생태계를 구축한다. 외국산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자립과 시장 확대, 산학연 네트워크 강화 등 통합 공급망 및 클러스터 구축이 목표다.
해상풍력 블레이드 클러스터는 국내 해상풍력단지 보급과 수출을 위한 블레이드 표준화 및 공용화 연구개발(R&D) 기반을 갖춘다. 특히 차세대 초대형급인 20MW 블레이드 인증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상용화를 위한 시제품 제작 및 품질 검증 시스템도 마련한다.
현재 상용화된 해상풍력 발전기는 대부분 10MW급 이하다. 20MW급은 차세대 초대형 풍력발전기로, 이를 위한 블레이드 개발과 인증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의미한다. 전북이 해상풍력 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번 협약은 군산 지역에 대형 블레이드 관련 기관과 기업들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군산은 서해안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산업 인프라를 갖춘 해상풍력 최적지다. 배후항만과 연계한 클러스터 조성으로 생산부터 운송까지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전북도는 해상풍력 관련 기업들의 도내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관련 기업 육성 및 핵심 인력 양성 등 인프라 조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신시장 개척과 함께 도내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도는 부안과 고창 해역에 총 14조 7,000억 원을 투입해 2.46GW 규모의 서남권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고 군산 지역에는 1.8GW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2030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블레이드 클러스터 조성은 이러한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국산 블레이드가 개발되면 전북 해역에 조성되는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우선 공급될 수 있다. 외국산 블레이드 수입 비용을 절감하고, 지역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종훈 전북자치도 경제부지사는 "지자체와 기업, 연구기관, 협회가 한마음으로 해상풍력 산업의 핵심인 블레이드 생태계 조성에 나서면서, 전북이 재생에너지 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이날 개막식에서 경북과 함께 공동 후원기관으로 나서며, 도내 7개 기업과 전북관을 운영해 지역 탄소산업의 기술력을 알렸다. 전북이 보유한 탄소소재 기술과 해상풍력 산업의 시너지를 적극 홍보하며 투자 유치와 협력 네트워크 확대에 나선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중에서도 해상풍력은 안정적이고 대규모 전력 생산이 가능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은 풍부한 해상풍력 자원과 탄소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블레이드 국산화는 단순히 부품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기술 자립, 산업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전북이 해상풍력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그리고 대한민국이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이제 시작된 이 도전 성과에 달려 있다.
윤재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