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치유·창업 지원 복합 공간 제시
19일 시민 공청회서…“원형 보존 원칙을”

19일 광주 5·18민주화운동교육관 1층 대강의실에서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 사업 공청회’가 개최됐다.
19일 광주 5·18민주화운동교육관 1층 대강의실에서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 사업 공청회’가 개최됐다.

 5·18 사적지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의 보존 및 활용 방안이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보존 범위와 활용 방향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과 비판도 제기됐다.

 광주시 민주보훈과는 19일 광주 서구 5·18민주화운동교육관 1층 대강의실에서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 사업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시 관계자와 건축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석해 사업 추진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5·18 당시 부상자 치료와 자발적 헌혈이 이어졌던 곳으로, 2014년까지 서남대 부속병원으로 운영되다 이후 2020년 광주시가 사적지 보존을 위해 매입한 뒤 보존·활용 방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돼 왔다.

 매입 이후 시행된 정밀안전진단 결과 본관 등 주요 건물의 안전등급은 D~E 등급으로 평가됐다. 시는 보존·활용 TF와 5·18정신계승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관과 영안실은 보존하고, 별관 등 3개 건물은 철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또 ‘생명·치유·나눔·연대’ 4가지를 핵심 가치로 제시하며, 5·18 당시 치료·헌혈이 이뤄진 공간의 상징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AI 기술을 활용한 트라우마 치유와 창업 지원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복합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시는 2028년까지 총사업비 290억 원(국비 199억 원, 시비 91억 원)을 투입해 ‘5·18미래세대관’(가칭)을 조성할 계획이다.

 1층에는 헌혈센터와 AR·VR 기반 디지털 역사관을 마련하고, 응급실·진료실 등 일부 공간은 원형을 살려 당시 의료 활동 현장을 재현한다. 2~3층에는 AI 기반 트라우마 치유 실증센터와 의료·헬스케어 분야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은순 민주보훈과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원형을 지키면서 시민들이 역사적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정비하겠다”며 “AI 기반 치유 기술과 의료·헬스케어 창업 지원을 통해 트라우마 회복과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 계획 발표 이후 여러 우려와 비판도 제기됐다.

 5·18민족통일학교 관계자는 “광주시민들은 개발과 활용이라는 이름으로 5·18 사적 건물의 원형이 훼손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원형 보존’이라는 대원칙 아래 추진해야 한다”며 “오늘 제시된 계획에는 보존 범위가 충분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혈액원 관계자는 “헌혈센터 조성 계획이 있음에도 적십자사 관계자가 TF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헌혈센터 운영 주체와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준 광주연구원 박사는 “AR·VR 기반 역사관은 어두운 환경이 필요한데, 현재 건물 외관을 유지한 채 이를 구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또 병원이 광주천과 맞닿아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건물 내부뿐 아니라 주변 수변 공간과의 조화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이미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있는데 적십자병원에 또 다른 트라우마 치유센터를 조성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창업 지원 역시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곳에 꼭 들어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반영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의견을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한편 광주시는 이날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연말까지 최종 활용계획을 확정하고, 5·18정신계승위원회 심의와 건축기획용역을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설계공모와 설계용역을 추진해 리모델링 공사와 전시 콘텐츠를 구축하고, 2029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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