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해경, 일등향해사 등 3명 중과실치상 입건
목포광역 VTS, 사고 선박 항로이탈 인지 못해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여객선(퀸제누비아2호)’이 좌초돼 탑승객 267명이 전원 구조된 가운데, 수사당국이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향해 운행 중 섬이 밀집한 좁은 수로를 통과할 때 수동으로 전환했어야 함에도 핸드폰을 보다가 “자동항법장치를 끄지 않았다”는 핵심 진술을 확보하고, 일등향해사 A 씨와 조타수 B 씨를 중과실 치상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와 함께 해상 관제 업무를 하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사고 선박이 정상 항로를 이탈했음에도 신고를 접수받기 전까지 사고를 인지 못한 정황도 드러나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김황균 목포해경 수사과장은 20일 오전 브리핑에서 “‘일등향해사는 변침(배 방향 전환)해야 하는데, 방향타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최초 진술했지만, ‘조타실에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다가 시기를 놓쳤다’고 기존 진술을 번복한 상태”라며 “도주 우려가 있어 긴급 체포했고, 휴대폰 포렌식으로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협수로에서는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바꾸고 족도 전방 1600m 전에 변침을 했어야 했는데, 사고 당시 속력인 22노트로 좌초되는 데까지 3분이 걸렸다”면서 “해당 해역은 재실 의무가 있는 선장이 근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타실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선박 안전을 확인할 책임이 있는 목포광역 VTS(서해해경청 소속)가 사고 선박이 3분간 항로를 이탈했음에도, 이상 징후를 확인 못한 부분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본보 확인 결과, VTS는 사고가 난 뒤에야 초단파무선전화(VHF)로 사고를 처음 접했고, 이후 목포해경에 관련 사실을 전파했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목포 바다 진입 전 교신은 있지만, 좌초 직전에는 VTS가 여객선과 교신한 내역이 없다”며 “VTS는 VHF 통신망으로 사고를 처음 접했고, 이후 목포해경 상황실 직원에게 사고가 전파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윤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장은 “VTS를 통해 여객선 신고를 접수한 뒤 좌초 사실을 인지했다”며 “미흡한 점이 있고, 구체적인 관제 책임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객선 사고 합동조사단’은 선체 내 자동항법·향해기록 장치와 선내 폐쇄회로 영상을 회수해 항로를 이탈한 경위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앞서 19일 밤 8시 17분께 267명(승무원 포함)을 태우고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퀜제누비아2호가 신안 장산면 장산도 족도에 충돌했다. 이 사고로 여객선이 섬에 올라타 15도 기울며 좌초됐다. 사고 충격으로 임산부 1명을 포함한 승객 5명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목포해경은 사고 발생 11분(8시 28분)만, 인근 운행 중이던 경비정을 현장에 급파해 구조 작업에 나섰다. 이후 경비함정 17척, 연안 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서해 특수구조대 등 구조 장비를 총동원했다.
승객과 승무원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구조를 기다렸고, 해경은 어린이 6명과 임산부, 노약자를 순차적으로 이송해 20일 오전 12시 40분 전원 구조를 완료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