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고 학생이 말하는 2025년과 2026년
어느새 2025년의 마지막 달력 한 장만 남았다. 연말이 되면 누구나 한 해를 돌아보며 설렘과 아쉬움을 함께 느끼곤 하지만, 고등학생에게 연말은 종종 ‘성적표’나 ‘모의고사 등급’을 떠올리게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2026년이 온다는 기쁨보다, 수능까지 남은 날짜가 줄어드는 게 더 크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하지만 2025년, 마이스터고 학생인 나의 시간은 정말 교과서와 문제집 속에만 갇혀 있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마이스터고 학생으로서 느꼈던 열정과 고민,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2026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2025년, 나의 열정은 어디를 향했나
“올해 가장 열정을 쏟은 일이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인문계 친구들은 모의고사 등급 올리기나 문제집 몇 권을 끝낸 성취를 떠올릴 수도 있다. 물론 그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 나도 그 열정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하지만 마이스터고 학생인 내게 2025년의 열정은 교과서보다 노트북 화면과 작업대 위에 더 가까이 있었다. 나의 열정은 점수가 아니라 결과물을 향해 있었다.
해커톤에서 밤을 새워 팀 프로젝트를 완성했던 순간, 수십 번의 오류 끝에 코드가 제대로 돌아갔을 때, 내가 만든 디자인을 보고 누군가 “이거 괜찮다”라고 말해줬을 때, 그런 순간들이 올해 나를 가장 뜨겁게 만들었다.
수능,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것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마이스터고에서 보는 ‘수능’은 조금 다르다. 인문계 친구들에게는 지금 당장 넘어서야 할 거대한 산이지만, 나에게 수능은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에 가깝다. 물론 우리도 원한다면 대학에 갈 수 있고, 아주 가끔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목표는 대학 입시보다 실무 역량과 현장 취업이다. 우리는 수능 대신 자격증을 준비하고, 모의고사 대신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로 평가받는다. 친구들이 수능이라는 큰 시험을 준비할 때, 우리는 이미 현장이라는 시험대에 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시험 점수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다. 3년 동안 쌓은 기술력과 포트폴리오는 우리가 현장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며, 면접관은 그 준비 상태를 확인하는 첫 번째 관객이다.
2026년, 우리가 바라는 ‘다른 교실’
우리가 바라는 2026년은 모두의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다. 세 가지로 정리해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첫째,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대학 간판보다 내가 가진 기술과 실력이 더 떳떳하게 인정받기를 바란다.
둘째, 안전한 현장. 우리는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사회에 발을 들인다. 그래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다양한 진로로 이어지는 다리. 취업이든 창업이든, 혹은 나중에 대학을 선택하든 그 어떤 길을 선택해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멘토링과 지원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2025년 동안 나는 ‘수능’이라는 거대한 질문 대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만들어왔다. 다른 친구들이 수능 문제의 정답을 찾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면, 나는 내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온 것이다.
2026년을 기다리는 지금, 누군가는 수능을 준비하며 긴장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사회로 나갈 D-Day를 준비하며 설렘과 기대를 느낀다. 2026년에는 모든 청소년이 자신이 선택한 길을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모든 걸음이 동등하게 응원받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남진 청소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