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석좌교수 ‘피지컬AI 기술세미나’ 강연
"한국의 강점, 산업에… 승부는 SW서 갈린다"

피지컬AI 반도체 시대 기술세미나 2025 특강,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 전북테크노파크
피지컬AI 반도체 시대 기술세미나 2025 특강,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 전북테크노파크

늦가을 햇살이 비치는 24일 오전, 전북테크노파크(원장 이규택) 2층 대강당에는 100여 명의 참석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를 채웠다. 

삼성전자에서 30년간 반도체 개발을 이끈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의 '피지컬AI 반도체 시대 기술세미나 2025' 특강이 열리는 현장이었다.

김용석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얼라이언스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AI 반도체 전쟁』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반도체 전문가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AI 시대의 '불편한 진실' 5가지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화려한 헤드라인 너머 실제 기술 패권 경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한국에 26만 장의 GPU를 제공하겠다고 한 발표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었다. 김 교수는 이를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적 행보로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칩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지만,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칩 개발에 나서면서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피지컬AI 시장 개척을 위해 제조업 강국 한국과 파트너십을 맺으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은 고사하기는 커녕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구체적 수치로 이를 증명했다.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팹리스가 중국은 약 3600개인 반면, 한국은 약 130개에 불과하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칩을 SMIC에서 생산하고, 하모니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완결형 생태계를 완성했다.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한국과의 기술 격차는 1년 정도로 좁혀졌다. 한때 세계 1위였던 로봇 분야도 중국이 AI 기술을 접목하며 한국을 추월했다.

자율주행 칩 설계 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설립 10년 만에 세계적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10년 만에 이렇게 탁 튀고 올라갔는데 우리는 뭐 하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 교수는 온디바이스 AI 분야에서 통념을 뒤집는 관점을 제시했다. 하드웨어인 반도체 칩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온디바이스 AI 개발에 들어가는 노력은 칩 하드웨어 30%, 소프트웨어 70% 정도다. AI 모델을 특정 하드웨어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최적화하는 컴파일러 같은 핵심 기술이 포함된다.

아무리 좋은 칩을 만들어도 이를 최적화하는 컴파일러 등 소프트웨어 기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제조 역량에만 집중해 온 한국 반도체 산업이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자, 시급한 과제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 특강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 특강

김 교수는 차별화에 대한 인상적인 비유를 들었다.

수원의 한 유명 갈비집에 손님들이 몰리는 진짜 이유는 갈비 맛이 아니라 서비스로 나오는 '된장찌개' 때문이었다. 진정한 차별화와 혁신은 거창한 아이디어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소한 부분, 작은 디테일을 완벽하게 만들 때 강력한 경쟁력이 생긴다는 교훈이다.

세미나 후반부에는 전북이 나아갈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전북은 현재 기재부 주관으로 전북대, 카이스트, 성균관대와 협력해 ‘피지컬 AI 신진인재 양성 캠퍼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규택 전북테크노파크 원장은 “한국이 가진 산업적 강점을 바탕으로 전북이 피지컬 AI의 거점이 될 기회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자체 개발은 시간 소요가 길고 인력 부족 문제가 있어 초기 단계에서는 외부 솔루션을 활용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투 트랙’ 전략을 주문했다.

김 교수가 초대 원장으로 있는 가천반도체교육원은 초등학교부터 1만 명까지 전주기 교육을 실시하며 올해는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생까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규택 전북테크노파크 원장은 "김용석 교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문가"라며 "피지컬AI 거점 패스트트랙이 되기로 한 전북의 방향성에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날 강연은 반도체 제조 능력으로 세계 정점에 오른 한국이 소프트웨어 역량까지 키운다면 미래 AI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윤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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