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누적 방문객 2200만 명 기록
창·제작부터 교류·연구까지 발자취 조명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Asia Culture Center)이 25일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2015년 아시아를 주제로 하는 국내 유일의 복합문화예술기관으로 문을 연 ACC는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 문화예술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확산해왔다. 개관 이후 주요 성과와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ACC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누적 방문객 약 2200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개관 이래 처음으로 연간 방문객 320만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306만 명을 넘어서고 있어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CC는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예술적으로 계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문화교류의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옛 전남도청을 중심부에 두고 지하 공간을 활용해 ‘빛’과 ‘숲’의 상징성을 담은 메모리얼 공간을 조성한 것도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민주평화교류원 등으로 구성된 ACC는 문화 교류·연구·창제작 기능을 수행하며 예술가들의 실험과 협업을 지원해왔다. 지난 10년간 ACC가 선보인 콘텐츠는 총 2162건이며, 이 중 80%에 해당하는 1739건이 자체 창·제작 콘텐츠였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콘텐츠는 관람객 확대에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2023년 ‘몰입미감-디지털로 본 미술 속 자연과 휴머니즘’, ‘사유정원, 상상 너머를 거닐다’ 전시가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융복합콘텐츠 전시 ‘디어 바바뇨냐-해항 도시 속 혼합문화’와 ‘이음지음’이 개관 이래 처음으로 각각 20만 관람객을 넘어섰다.
ACC는 복합예술 창·제작 기관으로서 국내외 창작자들을 위한 레지던시, 창·제작 스튜디오, 융복합 연구개발 실험실(Lab) 등을 운영하며 연구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ACT 페스티벌’을 비롯해 국내 최대 규모의 블랙박스 극장인 예술극장에서 다양한 실험 공연을 선보이면서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새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를 포함한 공간적 특성에 기반해 민주·인권·평화 가치와 관련한 콘텐츠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한 ‘오월어머니의 노래’, 레퍼토리 공연 ‘시간을 칠하는 사람’, ‘나는 광주에 없었다’ 등은 지역의 역사적 경험을 예술 언어로 변주해 호응을 얻었다.
10주년을 맞은 ACC는 ‘내일의 아시아, ACC가 그리다’를 슬로건으로 올해 다양한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첫 전시였던 ‘애호가 편지’, 지역작가초대전 ‘이이남의 산수극장’,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 ‘ACC 미래운동회’, 사운드 아트 대가 료지 이케다 초청전, 잭슨 폴록 등을 뉴욕의 현대미술 거장을 조명한 ‘뉴욕의 거장들’, 대규모 국제협력전 ‘봄의 선언’ 등이 대표적이다.
공연 분야에서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작 ‘나는 광주에 없었다’, 해외 초청작 ‘더 펄스(The Pulse)’, 미디어 판소리극 ‘제비노정기’ 등을 무대에 올렸다.
ACC는 시민 접근성을 높이며 광주 지역의 문화 향유 기반을 넓혀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지역 예술인과의 연계 부족, 대표 콘텐츠 부재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복원 공사가 막바지에 이른 민주평화교류원(옛 전남도청)의 운영 주체가 결정되지 않은 점 역시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ACC, 문체부 산하 별도 기관, 행정안전부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관 10년을 지나 새로운 10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ACC의 정체성과 역할을 명확히 재정립하고, 지역·아시아·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축적된 경험과 성과를 기반으로 ACC가 앞으로도 아시아 문화예술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