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전 금형 매각…“반환하라” 추심 압박
협력사 “밀린 대금 수억인데, 금형 돌려달라는 건 부당”
“자산 유치권 등 최소한의 보호장치 시도도 할 수 없어”
자산 양수 회사 “소유권은 우리에게…원만한 해결 기대”
위니아 가전을 위탁 생산한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위니아MF) 파산 한 달 전, 금형(제조품 금속 틀)까지 통째로 매각해 협력사들의 피해를 방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여 개 협력사들은 위니아MF에서 수억 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금형 등을 담보로 자산을 유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당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본보에 이같은 사실을 전한 제보자는 “힘 없는 협력사들은 파산으로 받아야 할 수억 원 대금도 휴짓조각이 된 상황인데, 갑자기 위니아MF 자산을 사들인 A 업체가 금형을 돌려 주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운운하니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A 업체 측은 본보와 통화에서 “본사는 위니아MF가 파산하기 한 달 전인 지난 5월 9일에 자산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소유권이 우리에게 있다”며 “대다수는 금형을 돌려줬고, 일부 협력사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유치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단순히 갖고 있겠다는 건 잘못”이라며 ”다만, 무조건적인 형사 고발을 하지 않고 대화로 풀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2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업체 측은 지난 10월부터 위니아MF 협력사 30여 곳에 ‘금형 즉각 반환과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서를 2차례 일괄 발송했다.
본보가 확보한 내용증명에 따르면, A 업체는 “귀사(협력사)가 보관 중인 금형은 생산 활동에 필요한 핵심 설비로, 금형 소유권은 위니아MF와 양수양도 계약을 한 당사(A 업체)에 있다”며 협력사들 대상으로 금형 반환을 요구했다.
또한 A 업체는 정당한 권한 없이 금형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는 불법 점유에 해당하고, 제3자에게 이전하거나 훼손하면 배임 및 손괴죄 등 ‘형사 처벌’ 대상임을 고지했다.
여기서 금형이란, 붕어빵 틀처럼 자동차 엔진부터 철판 가공, 자동차 차체 등을 대량 생산하게끔 하는 핵심 제조업 시설이다.
즉, 정밀하게 제품 생산이 필요한 제조 업종에서는 잘 만들어진 틀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설비인 셈이다.
문제는 위니아MF가 파산 선고일(6월 9일)로부터 정확히 한 달 전인 5월 9일, A 업체와 양수양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양수양도란, 거래 어음이나 생산 설비, 부동산 등 일체 기업 자산을 넘기는 계약이다.
위니아MF는 부동산(공장 부지) 외에도 제품 납품에 필요한 자사 금형까지 해당 업체에 팔아넘긴 상황이다.
위니아MF 비담보 자산 처분권을 사들인 A 업체는 위니아MF 금형까지도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협력사 입장에서는 대금도 받지 못한 채 담보 격인 금형마저 빼앗기게 됐다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협력사들은 대금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본보 확인 결과, 협력사들은 위니아MF 파산 후 변제할 총 채권 약 710억 원 중 우선변제 순위에 밀려 받아야 할 대금조차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위니아MF 공장 매각 대금 약 240억 원이 확보될 예정이나, 이조차 변제 순위가 높은 채권단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
제보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갑인 위니아MF 지시에 따라 열심히 생산만 했지, 유치권 행사라는 법 지식을 잘 몰랐다”며 “알았다고 해도, 수억 원에 달하는 대금을 못 받았는데 갑자기 A 업체에서 달라고 하니 억울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A 업체가 협력사들을 돌아다니면서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적으로 고통당해보면 알 것이다’ 말하며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도 해결할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
위니아MF 파산 관재인 소속 B 법무법인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이미 위니아MF가 파산하기 전부터 A 업체에 소유권을 넘긴 상황”이라며 “파산 이후만 관재인이 관여하지, 파산 전까지는 관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 업체는 법대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A 업체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당사는 위니아MF 파산하기 전에 양수양도 방식의 계약을 체결해 비담보자산 일체를 이전하기로 결정됐다”며 “정당하게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강제로 뺏어올 수 없으니, 충분한 대화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