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빠르게 그러나 적당히’ & 찰스 다윈,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어두운 색의 회색가지 나방.
어두운 색의 회색가지 나방.

삶에는 우연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우연성이 가득한 공간에서 어떠한 것도 절대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 어찌할 수 없는 우연이기 때문이다. 우연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나친다. 단 하루 동안 나에게는 정말 수많은 일이 일어난다. 나는 이 일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우연으로 생긴 인연과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 안에서 나의 삶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결정’이다. 나는 내가 걸어갈 길, 입을 옷, 할 일을 결정하곤 한다. 물론 우연에 비해 얼마 안 되는 길이겠지만,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이 글을 읽어보던 도중에 삶에는 내가 결정한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연은 항상 스쳐지나간다. 나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을 나와 이어준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나는 나의 결정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우연으로 인한 일이 훨씬 많이 일어나기에 우연이 결정보다 많은 것을 선택한다고 생각했었지만 나에게 우연은 물처럼 흘러갈 뿐, 내가 느끼는 상황들의 원점은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이렇듯 나의 결정에 집중돼있어서인지 나는 ‘우연’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걸어갈 나의 모든 길을 나의 결정이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우연의 첫 걸음이, 나의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연보다 결정에 더 많은 것이 기울어지는 나의 삶. 나는 역사적 존재다. 멈추지 않는 자연적 존재 아닌, 우연과 결정으로 나만의 역사를 만드는 존재이다. 움직이지 않는 길, 멈춘 길, 고정되어 있는 길을 걷는 것은 정말 재미없는 삶이다, 삶의 의미가 없다. 나는 나무와 돌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길을 직접 선택하고 살아간다. 그 모든 역사적 존재들처럼 내게 일어나는 우연과, 우연에 맞선 결정으로 인해서 말이다.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나의 결정에 의한 이야기들로 지금의 내가 되었다. 나는 정해진 대로 살아온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남들과 다르게 특별해지고 싶은 존재였기에 나는 나의 이야기를 써나갔다. 나는 특별한 존재이니 나와 똑같은 존재는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써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베끼기도 한다. 내가 그 사람의 우연이 되어 그의 이야기를 한 층 더 꾸미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특별해 보일 때면 이야기의 한 부분을 복사해서 나의 이야기 안에 붙여 넣곤 한다. 그러나 이것도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한 나의 결정이다. 나는 나만의 책을 써나가는 자서전을 머릿속에 넣고 자서전의 모든 조각이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역사적 존재이다. 그리하여 나는 평범한 숫자들 속에서 생겨난 ‘변수’이다. 늘 제자리걸음인 상수들과는 달리 우연과 선택에 따라 변하는 변수. 평범한 상수들 사이 나의 특별한 부분을 변수로 추구하기위해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변수는 항상 변수이기에,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 변수가 바로 나다. 나는 이런 나의 ‘이름’이 맘에 든다.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결정으로 나만의 스토리로 살아가는 만화경 같은 일상이 내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역사적 존재라는 것을 알려준다. 나는 다른 변수들과는 같지 않다. 나는 하나뿐인 ‘변수’이다.

김민지, 수완하나 중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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