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빠르게 그러나 적당히’ & 찰스 다윈,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다윈 자서전, 갈라파고스.
다윈 자서전, 갈라파고스.

우연히 ‘내’가 되어 우연이 만들어낸 끊임없이 작용될 공간속에서 발전한다. 그리고 언제 클라이맥스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씩 바뀌어 간다. 우연은 멈추지 않고 상황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그 다음 종목으로 손을 뗄 수 있게 돕는다. 물론 인간은 하나의 순간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화를 내며 떠든다. 다른 하나의 장면을 위해 혈투를 벌인다. 그러나 이런 무의식적인 갈등과 굴곡진 생활도 같은 맥락만을 선호하며 굳어가지 않고 우연으로 보내려는 무의식의 하나의 ‘매너’이다. ‘우연’이 지나가야 그 장면은 자유롭게 풀린다. 자연스럽게 다시 일은 계속된다. 몇 가지의 도움을 주는 정도로만 선호가 흐른다. 우연의 무계획이다. 무계획인 편안한 상태에서 안정된 최고의 기분을 낼 수 있듯이 이 우연의 대치에서는 계획이 빽빽이 들어서면 안 된다. 계획이 언제 무방비 상태인 우연을 자극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우연히 상황 하나하나를 자극시켜서 우연을 극대화시키는, 우연으로 가기에 가장 편한 계기와의 만남이 있다. 그런데 이때 ‘계획’이 우연으로 빠질 사람을 건지게 된다면, 더 이상은 우연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건 그냥 계획이다. 자기 자신이 ‘생각’했던 장면중 하나가 나온 것이다. 이젠 꿈에서 깬 것과 마찬가지로 다시 고귀한 우연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언제까지나 우연은 우연이니까 말이다. 계획이 펼쳐져 있으면 우연은 상황 속으로 들어가서 우연처럼 나타난다. 그러다가 계획이 나오면 타이밍을 잃고 사라진다. 우연은 계획이 아니다. 계획들은 모두 필연적이다. 다람쥐쳇바퀴처럼 돌아가기만 하는 무능력한 계획이다. 필연적인 상태에서는 우연과 서로 정반대인 위치이다. 그래서 계획을 짜놓고도 다른 상황이 나오거나 변수가 생기는 것이다.

모든 삶이 흘러가는 것은 ‘우연’이 있기 때문이다. 예언자가 아니고서야 온 생애를 맞추거나 아니면 뒤죽박죽 짐작이라도 가능할까. 자신이 겪었던 상황은 자신이 기억하고 상상하지만 도래할 우연은 같은 루트가 아니기 때문에 커가는 과정도 다르다. 또 역사에 대한 기록에서도 다른 추측이 빠져있기에 엄격한 조사는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필연이 아니다.

나에게는 우연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몇 가지 기록들이 있다. 아직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사소하게 생각을 바꾸게 해주거나 약간의 오기가 생기게 해준 일들이다. 먼저, 장난삼아 시작한 배드민턴이다. 지금은 든든한 취미로 자리매김 했지만 베트민턴 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장난삼아 휘둘렀던 라켓에 콕이 촥촥 감겼다. 그 후로 학교에 매일 요넥스 옷을 입고 오는 배드민턴 광(狂)을 이기고 자세도 바로잡았다. 강당에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한 경기를 친 것이 큰 우연으로 찾아왔다. 또 다른 하나는 4학년 때 만난 지혜의 숲이다. 3학년까지는 학교에서 쓰는 흔한 육하원칙의 방법으로 글을 써야 했다. 당연히 글에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엄마의 권유를 받고 처음에는 싫다고 거절했으나 왠일인지 나중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 이후로 특이한 글을 만들고 더 새롭게 다듬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도 내 글을 쓰고 있다. 다시 올, 혹시나 할 우연에 내가 더 열광하길 바란다.

김민성, 장성중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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