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 교사.

 2023년 7월 18일 화요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어느 초임교사(20대·여)가 자신의 교정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이로부터 조금 지난 시간, 학교 측이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확인하고 조치에 나섰다.

 이날 아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대문구 신연중학교를 방문하여 집중 호우 피해 상황을 점검하였다. 서울교육청은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에 조 교육감의 신연중 방문 사진 및 활동 내용을 제공하면서 조 교육감의 행보는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양복 차림에 우산을 든 조 교육감은 호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분주하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오후 2시 40분이 되자 조 교육감은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학교 급식실에 조리로봇을 시범 도입합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서 조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이 ‘급식 현장 업무 경감, 근골격계 질환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 ‘앞으로도 더 안전하고, 건강한 서울학교 급식을 위하여 다양하고 촘촘한 지원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은 교육청 보도자료란에도 <서울시교육청, 전국 최초로 급식실에 ‘급식로봇(조리로봇팔)’ 시범 도입>으로 게시되었다.

 오후 3시에는 조 교육감의 3기 취임 1주년을 기념하여 조 교육감과 서울시내 학생 대표자들의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조 교육감은 성동고등학교 도서실로 이동하여 ‘미래교육 생각 나눔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조 교육감은 2030년의 시급한 과제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폭력과 갈등, 차별과 불평등, 식량·물·주택 부족 등으로 보았고, “이런 도전에 직면한 우리에게 미래를 위한 서울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보았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습득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보를 찾아 판단하고 융합할 수 있어야 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어야”하니, “서울교육의 주인공인 우리 학생들과의 진지한 의견 나눔을 통해 다양한 생각의 바탕 위에서 서울교육의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하였다.

 하루 지나 첫 언급, 그리고 간곡한 당부 

 오후 6시 44분 서울교육청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는 <급식이 제일 맛있는 날은?서울특별시교육청TV #shorts>이 게시되었다. 해당 영상은 초·중·고교생 뿐만 아니라 초등교사, 교감 등에게 급식이 가장 맛있는 날과 좋아하는 메뉴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한 것이다.

 해당 영상은 서울교육청의 유튜브 공식 채널 <서울특별시교육청TV>에도 게시되었다. 영상의 해시태그는 다음과 같았다. #급식 #k급식 #서울급식 #서울시교육청 #서울교육

 18일 당일 서울교육뉴스의 <교육 관련 뉴스 스크랩>의 조간 란에는 전날인 17일 조 교육감과 서울교육콜센터 직원들의 간담회, 석간 란에는 조 교육감이 호우 피해를 입은 학교를 집중 점검하였음을 언급했다.

 2023년 7월 19일 수요일, 교사 ‘죽음’ 이튿날. 서울교육청은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인공지능 전문가 특강(이미지 생성 AI 업무에 활용하기)>를 온라인 생중계하였다. 그리고 오후 2시 2분, 조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서대문구 신연중학교를 방문해 긴급 현장 점검을 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조 교육감은 해당 게시글에서 ‘학교 급식실 경사로에 흙이 흘러내리고 있어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점검했’고, ‘학교 담장 주변으로 빗물이 방출되는 부분을 서대문구청과 점검했’다는 사실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이 호우 피해 현장인 신연중을 방문한 소감을 남겼다. (오송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안타까운 사고로 희생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빌고,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과 삶의 터전을 잃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마음’을 언급했다.

 아울러 조 교육감은 ‘전국에 수해로 인한 피해가 하루빨리 복구되길’ 기원하였다. 덧붙여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 피해가 없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는 다짐을 남기기도 하였다. 오후 5시 30분에는 서울시교육청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서 학생 힐링캠프의 일종인 <1박2일 움틈캠프>, 오후 6시 31분에는 <다양한 체험, 함께하는 즐거움>을 소개하며, ‘학생들의 열정과 꿈을 서울시교육청이 응원합니다! ’라고 언급하였다.

 한편 19일 이날 서울교육뉴스의 <교육 관련 뉴스 스크랩>의 조간 란에는 전날 조 교육감이 ‘미래교육 생각 나눔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기사 다수가 소개되어 있었다. 해당 기사에서 조 교육감은 2030년의 시급한 과제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폭력과 갈등, 차별과 불평등, 식량·물·주택 부족 등으로 보았고, “이런 도전에 직면한 우리에게 미래를 위한 서울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보았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습득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보를 찾아 판단하고 융합할 수 있어야 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어야”하며, "서울교육의 주인공인 우리 학생들과의 진지한 의견 나눔을 통해 다양한 생각의 바탕 위에서 서울교육의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하였다. 그러나 석간 란에도 여전히 죽은 교사에 관한 보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서울 교육’ 마음 상담소 고민 사연 보니 

 교사의 ‘죽음’은 이날 오후 8시 6분, 『한국경제』 를 필두로 언론에서 보도하기 시작했다. 교사가 근무지의 교정에서 목숨을 끊은 중대 사건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 하루 넘게 알려지지 않았다가 그제서야 일제히 보도되었다. 여기에 조 교육감이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학교구성원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한 발언 등으로 인하여, 교육청 당국 및 해당 학교가 교사의 사망 사실을 엠바고(보도 유예) 처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교육청 관계자의 발언이 여러 언론 보도에 인용되어 있다. 해당 관계자는 “학생들 등교 시간 전에 현장이 발견돼서 이를 목격한 학생들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은 아직 선생님의 죽음을 모르기 때문에 충격 받을 것을 우려해 학교 측에서는 병가·출장으로 공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으나, 유가족이나 동료 교사들이 받았을 충격에 관한 우려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 교육감이 교사의 ‘죽음’에 대해 비로소 입을 연 것은 이날 오후 9시 20분 페이스북 개인 계정을 통해서였다. 그는 ‘서초구 관내 한 초등학교 교사가 어제 오전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음을 밝히고, ‘교육감으로서 아픈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조의를 표하였다. 단, ‘학교에서는 경찰에 즉시 신고하였고 현재 경찰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 중에 있’을 뿐만 아니라,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파악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 구성원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였다. 한편, ‘우리 교육청은 학교구성원의 심리정서 안정지원과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 지원을 위한 조치를 모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마음’만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페이스북 계정 속 조 교육감 캐릭터는 흥얼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글을 마무리지으며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지금 서울교육』 제288호(2023년 7월호)를 살펴본다. 이번 호에도 역시 「마음 상담소」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6개의 고민 사연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모두 아이와 양육자 사이, 즉 학생-학부모 관계를 다룬 것뿐이다. 여기에 교사의 고민 사연은 없었다.  

 박용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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