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정책홍보’, ‘모르쇠’, ‘딴스’...누구의 명예를 위함인가

▲서이초 교사 사망 언론보도 이튿날 광주광역시교육청 공식 페이스북 게시글
▲서이초 교사 사망 언론보도 이튿날 광주광역시교육청 공식 페이스북 게시글

서이초 교사의 ‘죽음’ 3일째인 7월 20일, 그제서야 서울특별시교육청 등 당국은 해당 사실을 ‘추모’라는 방식으로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회의 엄숙한 추모 분위기와는 달리, 광주·서울 등 일부 교육청 및 서이초는 이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 주었다.

광주, 2023년 7월 20일, 추모보단 ‘찌라시’, ‘정책 홍보’

광주광역시교육청은 20일 오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계정에 〈여름철 전기절약하고 캐시백 받자…〉라는 카드뉴스를 등록했다. 이 카드뉴스는 ‘여름철 전기세 폭탄주의: 전기세폭탄 안 받는 법, 꿀팁 놓치면 후회’를 대표 이미지로 하여, ‘광주광역시교육청과 함께 전기절약하는 법&에너지캐시백 신청하는 법을 알아보아요’라며 전기세를 절약하는 ‘꿀팁’을 7장에 걸쳐 소개하였다. 해당 카드뉴스의 분위기가 교육계의 추모 여론 중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은 뒤에서야 광주교육청은 이를 삭제하였다.

오히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전날인 19일에 이정선 교육감과 유·초·중·고 교사100명이 참가한 간담회 ‘교사가 묻고 교육감이 답하다’를 보도하였다. ‘호우 피해 사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시작으로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됐다’고는 하지만, 교육감이 ‘눈높이 소통’을 했고, ‘격 없이 질문하고 소통하는 기회 마련’하여 ‘현장 목소리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등, 이 교육감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언론보도 이튿날 보도된 ‘교사가 묻고 교육감이 답하다’
▲서이초 교사 사망 언론보도 이튿날 보도된 ‘교사가 묻고 교육감이 답하다’

2023년 7월 3주차 광주교육뉴스. 외부에서 링크를 재생할 수 없게 설정되어 있다.

광주교육청은 오후 9시 49분에서야 ‘서울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교실에서 숨졌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픔니다’(원문 그대로 인용-기자),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분들과 큰 충격을 받았을 학생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피드를 게시했다. 그러나 사망한 교사와 함께 근무하고 있었던 동료 교사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보다 조금 이른 시각, 지역 내 교원들은 21일에 추모 행사를 열 것이라 발표했다.

서울, 2023년 7월 20일, 일단 ‘모르쇠’, 흔들흔들 ‘딴스’

사망한 교사의 근무지이자 사망 장소인 서이초등학교는 20일 권선태 교장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사망한 교사가 ‘학생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 강한 모습으로 늘 웃으며 열심히 근무’했고, ‘신규교사였지만 꿋꿋하게 맡은 바 소임에 대해 열정을 보여주셨으며, 아침 일찍 출근하셔서 학생과의 하루를 성실히 준비하시는 훌륭한 교사였’다고는 평가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언론보도 이튿날 보도된 ‘교사가 묻고 교육감이 답하다’
▲서이초 교사 사망 언론보도 이튿날 보도된 ‘교사가 묻고 교육감이 답하다’

그러나 입장문 원안에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사안은 학교의 지원 하에 다음 날 마무리됐다’는 구절이 있었으나 최종본에는 삭제되고 ‘학교폭력신고 사안이 없었다’ 등이 추가되었음이 알려졌다. 서이초 입장문 최종본에서는 교사의 ‘죽음’과 교내 학교폭력 문제는 관련이 없으며, 시민들에게  학교폭력 사실 자체가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문장으로 서술되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교폭력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고, 그럴 경우 학폭으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권 교장 이상으로 침묵했던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은 전날인 19일 오후 9시 페이스북 계정에 이번 사건을 언급했으나, 성의가 없다는 비난을 받고는 20일 오후 3시 57분에서야 다시한번 ‘소중한 교육 가족을 보내며, 무겁고 슬픈 마음으로 말씀’ 올린다는 성명을 냈다. 조 교육감은 ‘서울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유족이 동의하신다면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분향소를 설치하여 추모와 애도의 기간을 충분히 갖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페이스북 계정 게시물 및 프로필 사진. 해당 프로필 사진은 추모 분위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을 받은 뒤 교체되었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페이스북 계정 게시물 및 프로필 사진. 해당 프로필 사진은 추모 분위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을 받은 뒤 교체되었다.

시민들은 냉소했다. 한 시민은 ‘교사는 일 안 해도 돈 받는 그룹’, 교사를 선생님이라 부르지도 말라고 권장하던 조 교육감의 지난 발언을 상기시키며, ‘학생은 죽으면 교실에서 추모하는데 교사는 교문도 못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초등교사라고 밝힌 시민도 (교사를)‘일 안하고 돈 받는 그룹이라며, 교육감부터 그런 그릇된 가치관을 갖고 있으니 현장이 엉망’이라 비난했다.

한 시민은 조 교육감이 추모 행위에 대해 보여 준 이중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태원 사건때는 추모를 강제하더니, 검은리본 달라고 공문 보내더니, 꽃다운 나이의 교사가 명을 달리했는데, 그 집단의 수장이 되어서, 추모기간 갖는 것 하나조차 안하고 계십니까’라며 추모에 대한 반응이 사안에 따라 일관되지 않음을 질타하였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항의하는 ‘학부모’ 문자. 이후 해당 ‘학부모’는 위 교사에게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항의하는 ‘학부모’ 문자. 이후 해당 ‘학부모’는 위 교사에게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당시 한 교사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추모 이미지를 설정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추궁을 받는가 하면, 해당 학부모가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사실상 ‘협박’을 할 정도로 교직 사회에서는 광범위한 추모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주요 SNS에서는 전·현직 교사들이 일제히 프로필 사진을 추모 메시지로 바꾸는 동안, 조 교육감은 말로는 추모를 하면서도 흥겹게 ‘딴스’를 추는 듯한 프로필 사진을 상당 기간 유지했다. 그만큼 조 교육감의 추모에 대한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뒤늦게서야 조 교육감은 21일 페이스북 페이지의 프로필 사진을 검은 리본 이미지와 애도를 표한다는 문구로 교체하였다.

한편, 조 교육감이 사망한 교사의 시신이 발견된 18일 오전에도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신연중학교를 찾아 긴급 현장 점검을 실시한 다음, 이를 언론 보도 자료로 제작하여 적극 홍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어느 시민은 ‘모든걸 알고도 이런 글이나 sns에 올렸다는게 소름끼친다’고 반응까지 올라왔다.

누구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가

서이초 권 교장의 입장문 중에는 ‘담임 교체 사실이 없다’, ‘본인이 희망한 업무’,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 ‘학교폭력신고 사안이 없었으며’, ‘정치인의 가족은 이 학급에 없었’다는 등, 해당 교사의 죽음에 학교는 일체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권 교장은 해당 교사의 사인에 대해 ‘부정확한 내용들은 고인의 죽음을 명예롭지 못하게 하며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바로 잡’겠다며 위와 사실을 강조했다. 이상의 내용이 정확한 사실이라 밝히고, ‘무리한 억측과 기사, 댓글 등으로 어린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고, 교사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과 학교는 고인의 사망원인이 정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여, 고인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안이 정확히 규명될 때까지 잘못된 내용이 유포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당부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서 교사가 죽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렇다면 교사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죽어야만 했는가. 알 수 없게 된 시민들은 죽은 이를 추모하며 누가 그를 죽였는지 찾고자 했다. 물론 그중에는 교사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일부 세력도 있었다.

그런데 권 교장과 조 교육감의 입장문 내용 중에는 죽은 교사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신신당부했다. 온 나라가 죽은 교사를 추모하는데, 누가 교사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죽은 교사의 생전을 알리는 여러 보도들은, 그가 충분히 명예로웠음을 이야기한다. 반면 학교장은 관리자로서, 교육감은 수장으로서, 감히 ‘고인의 명예 실추’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과연 진정으로 지키고 싶은 것이 교사의 명예인지, 아니면 책임을 느낀다는 자신들의 명예인지를.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도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도 가볍다.”(사마천)

박용준 역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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