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보령’도 아니다 ‘고령’
대가야와 현대의 만남, 역사·문화·자연 어우러져
담양의 ‘자연’과도 닮아 톡톡 튀는 매력

고령 대가야박물관에 지산동 고분군 제44호분의 내부를 재현해놨다.
고령 대가야박물관에 지산동 고분군 제44호분의 내부를 재현해놨다.

 대가야의 옛 도읍지 고령군. 명칭만 놓고 보자면 “나이가 많다”는 뜻이 자연스레 연상되기도 하고, 자칫 발음이 비슷한 충청남도 ‘보령시’와도 헷갈릴 수 있지만 이같은 오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대가야의 중심지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지산동 고분군이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에 등재되면서, 나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날 기대감과 함께 달빛철도는 불씨를 더한 격. 철도 불모지로서 영호남을 잇는 관문으로 개선된 접근성으로 지역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대감도 크다.

 광주광역시 옆에 인접한 담양처럼 대구광역시 옆에 위치해 있으면서 두 지자체의 지역의 풍경이 비슷한 면모를 보이고 있기도 하는데, 남다른 대가야 가치를 엿볼 수 있는 고령은 지역적 특색이 분명하다. 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후 6세기까지 번성했던 다가야 고대왕국으로, 고령군 일대에는 대가야의 유적과 유물이 많이 남아 있는 것.

 대가야의 도읍지였고 우리나라 최초의 토기와 철기, 가야금 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운 곳으로 역사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고령은 가야금 문화를 꽃피운 곳이다.

 경상북도 남부에 위치해 있는 고령은 담양처럼 푸르른 도시경관이 닮은 듯 하면서도 이곳이 가지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고령군에 들어서면 어디서건 봉긋하게 솟아오른 둥글둥글한 무덤 능선이 눈에 띈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낙동강이 흐르는 강변을 따라가면 진정한 대가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주요 관광지는 지산동 고분군이 대표적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대가야 시대의 무덤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고분의 규모와 구조를 통해 당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대가야읍 지산리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대가야 최대의 고분군은 대가야읍을 감싸는 주산의 남동쪽 능선 위에 우리나라 발굴된 순장묘인 지산동 44, 45호분 등을 포함하여 크고 작은 700여기의 고분이 분포하고 있다.

 이는 2015 한국관광 100선,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식 등재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징으로는 대소형 무덤이 망자의 위계와 집단에 따라 여러 군집으로 나뉘어 배치돼있다는 점이다.

 지산동 고분군을 기점으로 대가야 박물관, 우륵박물관, 대가야생활촌 등 대가야 시대에 관한 관광지들이 즐비해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대가야 역사의 산물이다.

 독특한 장례문화를 가졌던 대가야를 느낄 수 있는 이곳에는 400년 경부터 562년 사이 조성된 수백기 이상의 봉분과 수많은 작은 무덤들이 모여있는데,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최고 지배층의 무덤에서는 껴묻거리(부장품)가 상당수 출토되기도 했다.

지산동 고분군에는 700기가 넘는 삼국시대 무덤이 있다.

 대형 봉토분 주위로 작은 무덤이 군집을 이룬 형태는 대가야가 위계질서가 분명한 신분사회였음을 증명하며, 탐방로를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고분을 바라보면 대가야의 위세가 절로 실감난다.

 이 같은 역사성 때문에 대표적인 관광지 또한 ‘대가야’와 연계한 역사테마파크, 박물관, 생활촌 등이 있다.

 대가야를 비롯 고령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전시한 대가야사 전문박물관인 대가야박물관에서는 찬란한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고령의 선사시대 유적을 비롯 대가야 문화를 보여주는 금관, 토기, 무기 등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700개가 넘는 무덤 중 가장 큰 지산리 44호분과 45호분의 축조 과정 또한 모형으로 만나볼 수 있다.

탐방객들에게 자연휴양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고령 대가야수목원.

 고령 하면 우륵과 가야금이 빠질 수 없다. 신라시대 음악가인 우륵은 가야금을 발명하고 궁중악사로서 가야의 음악을 발전시켰다. 1500년 전 우륵이 가야금을 창제한 곳으로 알려진 ‘가얏고마을’로도 이어진다.

 대가야생활촌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설이 된 대가야의 역사적 고증과 현대적 상상을 바탕으로 대가야 역사와 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재현하면서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담양에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면, 고령에는 은행나무숲이 있다.

 봄에는 싱그러운 연둣빛으로, 가을이 되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좌학리 은행나무숲은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명소로 손꼽힌다.

 8만 2000(제곱미터)의 드넓은 은행나무 숲은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됐으며, 가족단위 여행이나 데이트 장소로도 제격이다.

 담양에 죽녹원이 있다면 고령에는 대가야수목원이 있다. 산림녹화기념숲, 산림녹화기념관, 암석원, 미로원, 향기체험관, 금산폭포, 팔각전망대 등 푸르른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휴양코스로 탐방객들에게도 각광을 받고 있다.

2020년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고령 은행나무숲. 사진=고령군 제공.

 ‘먹거리’도 빠질 수 없다. 5일장(4·9일)으로 열리는 대가야전통시장은 장날이 되면 군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쳐 떠들썩해진다.

 담양이 창평국밥이 유명하다면 고령의 ‘소구레국밥’은 대가야시장의 대표 먹거리다.

 쇠가죽에서 벗겨낸 질긴 고기를 뜻하는 ‘수구레’로 씹기 좋을 만큼 삶아내 선지, 고기 부산물 들을 섞어 퍼담은 국밥이다.

 ‘고령대장간’도 대가야시장의 명물이다. 3대 100년 동안 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고령대장간은 대가야의 혼이 그대로 깃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호미, 낫, 삽, 곡괭이 등 농기구를 사려는 이들로 북적이는 이곳에서는 ‘퉁탕퉁탕’ 내리치는 매질 소리를 듣는 매력이 있다.

 읍내에서는 간식거리도 빠질 수 없다. 60년 전통을 이어온 수제 찹쌀떡은 주말의 경우 2개월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으며 ‘떡지순례’ 필수 코스로도 불린다. 고령 특산품인 감자를 활용한 고로케도 인기 간식거리다.

 대표적인 특산물은 딸기, 수박, 멜론, 감자가 있다.

 감자의 경우 낙동강변의 비옥한 사질양토에서 품질이 뛰어나며 알이 굵고 분이 많아 전국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다.

대가야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대가야 생활촌 전경. 사진=고령군 제공.

 담양딸기가 유명한 것처럼, 고령도 딸기를 손에 꼽는다.

 가야산 맑은 물과 비옥한 땅에서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꿀벌로 자연수정해 40여년의 재배역사와 기술을 자랑한다. 또한 천혜의 기상조건으로 색상이 곱고 당도가 높은 것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담양의 대표적인 축제가 ‘대나무 축제’라면 고령은 ‘대가야축제’가 있다.

 대가야의 독특한 문화를 접목시킨 차별화된 역사축제로, 매년 3월 말~4월 초 대가야읍 역사 테마관광지를 중심으로 대가야 체험 축제가 개최되며, 다양한 체험과 공연, 전시 등이 펼쳐진다.

 축제 마지막 날에는 전통 의상을 입고 행진을 한다. 오는 2025년에는 축제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퍼포먼스도 구현한다.

 이처럼 풍부한 대가야의 역사를 품으면서 지역의 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고령은 풍부한 역사문화자원 속으로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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