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정치 풍향계입니다. 오늘은 ‘대장동 1심 판결과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주제로 진행하겠습니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에 검사들이 반발하고 야당이 “수사 외압”이라고 주장하는 등 후폭풍이 거셉니다. 윤석열이 묘한 법 적용으로 감옥에서 걸어 나올 땐 침묵하던 검찰이 이번 일에 집단 반발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볼썽사납긴 합니다.
상황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유동규, 김만배, 남욱 등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1심 판결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민주당은 판결문에서 ‘이 대통령이 김만배 지분 일부를 받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을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적시한 부분을 강조합니다. 검찰이 기소한 이 대통령의 배임 혐의는 고의성이 인정되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유동규 등과 민간사업자 간 지분 배분 약속 등 유착 상황을 모른 채 사업성만을 고려해 판단을 내렸다면 설령 결과적으로 손실을 봤다고 해도 배임죄로 처벌하긴 어렵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판결문에서 이른바 ‘성남시 수뇌부’가 대장동 개발 관련 주요 결정을 했다고 언급한 대목을 들어 이게 사실상 당시 성남시장인 이 대통령의 개입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을 언급했다고 해서 이게 꼭 배임죄를 인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설사 수뇌부가 이재명 시장을 포함해 언급한 것이라고 해도, 단순히 ‘주요 결정’을 했다는 사실만 가리키는 것이라면 이걸 바로 범죄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얘깁니다.
재판부는 이 표현을 유동규에 대한 양형 이유 중 ‘유리한 사정’으로 적고 있습니다. 유동규가 죄를 지었지만, 중간 관리자 수준에서 범할 수 있는 죄를 지었기 때문에 양형에 참작한다는 단순한 사실의 기술로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어느 조직이든 주요 결정은 수뇌부가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시장이 대장동 일당의 범죄적 요구를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실제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의 재판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문에선 단지 유동규가 중간 관리자니까 그 직위에서 저지른 범죄에 합당한 처벌을 하겠다고 설명하기 위해 성남시 수뇌부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오히려 이번 판결에는 수뇌부와 이재명을 구분해 거론하며 이 대통령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도 나옵니다. 즉 이 대통령은 대장동 일당의 유착을 모르고 자유롭게 결정을 내렸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민간업자와 유착한 성남시 수뇌부와도 별개로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국민의힘이 ‘수뇌부’란 한마디에 꽂혀 이 대통령의 의혹이 인정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정치적 공세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통령과 정진상, 김용과 관련한 재판은 이번 1심과 별개로 진행 중입니다. 이 대통령 재판은 대통령 당선 뒤 헌법 84조에 근거해 중단돼 있지만, 정진상, 김용 재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들 재판 과정에선 이번 1심에는 담기지 않은 새로운 증언과 증거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검찰의 이 대통령 기소가 결국 제대로 된 근거조차 없는 공작 수준의 부실 수사였음이 이번 판결로 한층 분명해졌다는 사실입니다.
검찰은 애초 대장동 의혹에 대해 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측근 3인방(정진상·김용·유동규)이 함께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 원을 받기로 한 뇌물 사건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나 공소장에선 이 대통령이 뇌물을 받기로 했다는 주장이 쏙 빠졌습니다. 오로지 사업 설계를 잘못해서 성남시가 환수해야 할 4천억 원대의 초과 이익을 대장동 일당에게 돌아가게 했다는 배임 혐의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습니다.
뇌물 혐의를 뺀 채 배임으로만 기소한 것도 억지 기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민간업자에게 수천억 원을 몰아주려면 무언가 얻는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그 엄청난 특혜를 내줬다는 게 검찰의 주장인 셈인데,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검찰은 이 대통령 공소장에는 뇌물 혐의를 담지도 못했으면서, 대장동 일당 재판에선 유동규의 일방적 진술에 기반해 ‘유동규가 김만배로부터 받기로 한 428억 원이 나중에 이재명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지분을 받기로 한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런 주장도 일축했습니다.
자, 사정은 이렇습니다. 그럼에도 여권 입장에선 이번 항소 포기로 정치적 문제만 불거졌고 이 대통령의 부담 또한 커졌습니다. 도대체 실익이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글·진행_ 김대원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연출·촬영_ 최희영 전문기자
